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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을 가르지 말라!(연중 7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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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02-23 ㅣ No.1115

2000, 2, 23 성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 기념일 복음 묵상

 

 

마르코 9,38-40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

 

  그 때에 요한이 예수께 "선생님, 어떤 사람이 선생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 내는 것을 보았는데 그는 우리와 함께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았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말리지 말아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행한 사람이 그 자리에서 나를 욕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묵상>

 

  요즈음 신문을 보면 재미있다고 해야할 지 황당하다고 해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연일 계속 보도되는 정치권의 판세 변동을 과연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지 망설여집니다. 물론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올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낙천 낙선 운동의 흐름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점점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번져가는 느낌이 듭니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절개를 잃어버린 사람들, 당장의 이익을 위해 흩어지고 모이는 모리배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정치 지도자로 모시고(?) 살아가야할 우리 국민이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지경이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과연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이들이 보고 있는 것은 금뺏지입니다. 금뺏지의 황홀함에 도취되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추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당리당략을 위해서 흔들리는 갈대처럼 그렇게 나불대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기 덩어리 하나를 놓고 서로 먹겠다고 달려드는 개처럼 그렇게 나뒹굴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독점하겠다고 달려들다가 서로에게 흠집만 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자신들과 함께 다니지는 않았지만 예수님의 이름으로 선행을 베푸는 이들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서 이들이 본 것은 '자신들과 함께 다니지 않았다는 사실' 뿐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선행을 베풀었다는 사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제자들은 이들을 배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제자들은 '내 편'과 '네 편'을 갈라놓고 예수님을, 예수님의 이름을 독점하려고 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 어떤 것인지 순간적이나마 잊어버린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제자들의 모습은 극히 인간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따른다면 이러한 인간적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되새겨야 합니다. "자신들과 함께 다니지 않았다는 것"과 "예수님의 이름으로 선행을 베풀었다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을 보고 있는지 생각해야만 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 모두는, '국민'을 보지 못하고 '금뺏지'만을 보고 달려드는 정치인이나, '예수님의 이름으로 행한 선행'을 보지 못하고 '함께 하지 않았음'만을 보고 다른 이들을 배척했던 예수님의 제자와는 달라야 하겠습니다. 주객이 전도된 어지러운 세상 한 가운데 살아가면서 이 땅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독점'이 아니라 '공유'의 삶을, '배척'이 아니라 '포용'의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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