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108> 양수리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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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 [shyj] 쪽지 캡슐

2000-10-03 ㅣ No.7170

 

 

양수리에 가서                            

                                      김승희

 

 

가을이면

양수리에 닿고 싶어라

가을보다 늦게 도착했을지라도

양수리에 가면

가을보다 먼저

물과 물이 만나는 것을

볼 수 있으니

 

가장 차갑고

가장 순결한

물과 물이 만나

그저 뼈끝까지 가난하기만 한

물과 물이 만나

외로운 이불 서로 덮어주며

서러운 따스함 하나를 이루어

다둑다둑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으니

 

가난한 것을

왜 그저 외롭다고함 하랴

외로운 것을

왜 그저 서럽다고만 하랴

 

양수리에 가면

가을보다 늦게 도착했을지라도

가을보다 먼저

물과 물이 만나는 것을

볼 수 있으니

헐벗은 가을나무들

제 유언을 풀듯

조용히 물그림자 비추어

스스로 깊어지는 혼자 외로움

거울같이 전신으로 대면하고 있으니

 

가을이면

양수리에 가고 싶어라

어디선가 나뉘였던

물과 물이 합하여

물빛 가을이불 더욱 풍성해지고

가을나무 물그림자

마침내 이불 덮어 추위롭지 않으니

 

홀로 서 있다 하여

어찌 외롭다 하랴

하늘 아래 헐벗었다 하여

어찌 가난하다고만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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