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이해인의 '바다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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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lena1m] 쪽지 캡슐

1999-06-23 ㅣ No.2033

남부지방의 장마가 예고된, 가슴이 저리도록, 가라앉은 아침입니다.

어제 바다에 관한 소설을 본 잔상이 남아서인지, 바람 부는 바다가 보고싶은 날입니다.

바다에 관한 시 한 편으로, 바람 부는 바다를 들려주는 첼로 한 곡으로 자족할 밖에요.

 

   1

 

늘 푸르게 살라 한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 굽은 마음을 곧게

 

흰 모래를 밟으며

내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바위를 바라보며

내 약한 마음을 든든하게

 

그리고

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

갈매기처럼 춤추는 마음

 

늘 기쁘게 살라 한다

 

   2

 

바람 많이 부는 날

나는 바다에 나가

마음에 가득 찼던

미움과 욕심의 찌꺼기들을

모조리 쏟아 버리고

 

거센 파도 밀리면

깊이 숨겨 두었던

비밀 이야기들을

바다는 소라껍질에 담아

모조리 쏟아 버리네

 

   3

 

집에 돌아와서도

자꾸만 바다를 생각하다가

꿈에도 바다에 가네

 

아이들과 함께 조가비를 줍다가

금방 하루가 저물어 안타까운

바다빛 꿈을 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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