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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구름,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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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 [fromrahel] 쪽지 캡슐

2001-06-25 ㅣ No.1001

가볍게 사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또한 낭만적으로 사는 방법에도 여러가지 삶의 형태가 있다. 또 어찌보면 소심하게?..사는 방법처럼 보여지는 삶의 형태가 있다.

머리가 좀 크면서부터 우리들은 우리들의 삶을 조금씩 저울질 하면서 좀더 가치있는 삶으로..아름답고 풍성한 삶으로 만들어가길 원한다. 그런가운데서도 젊음이란 것은 우리를 열정으로 혹은 무한한 가능성에로 충동하게 한다.

 

나이를 먹음은 한꺼플씩 자기 가능성을 벗겨내고 마지막 남은 알맹이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인것 같다. 나는 한때 너무나 낭만적인 삶을 추구했기에 내가 바라는 모든 것들이 이뤄지지 않을 때 반대로 타인에게 주면서 만족을 느꼈다. ’혼자’가 되는 일을 너무나 싫어하면서도 한편으론 즐기면서 생활하고...절대로 해소되지 않는 외로움을 갖고 살려고 노력했다.

친구를 만날 때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에도 가족들을 만날 때에도 어떤 일을 하던지..항상 그 일의 끝에 내가 받게 될 상처가 두려워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여기까지는 아주 빨리 오지만 이 이상은 절대로 넘어가지지 않는 그 무엇으로 담을 쌓고 살았다. 아마 나는 구름이라기 보다는 풍선같이 살았을게다.

 

흔히 낭만을 얘기할때 풍선이나 구름에 대해 이야기 하곤 한다. 둘다 부풀고 설레임을 자극하는 것들이지만 풍선은 135도가 넘으면 곧 터져버리곤 한다. 옛날엔 풍선을 보면 마냥 아름답고 보는 순간 너무나 설레이고 좋았었는데 지금은 풍선을 보면 답답한 생각이 든다.

주변과의 교환이 없이 혼자서 공기를 다 머금고 열을 받고 잔뜩 부풀어 있는 모습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남들 보기 좋으라고 힘들게 부풀어서 공중에 높이 떠 있는 모습이 어찌보면 젊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 씁슬하다. 풍선을 보면 마냥 안쓰럽다.

언제나 제 분수를 지키지 않으면 존재가 사라져버리게 되는 것이 풍선이다.

제 생각과 상관없이 주변에서 띄워주면 자꾸 자꾸 올라가다 어이없이 터져버리는 것이 또한 풍선이다. 나의 중학교때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을 풍선다루듯 조심조심 다루셨다고 하셨다.

사춘기시절 아이들을 상처받지 않게 하시려고 금새 터져버릴까 조바심에서 그러셨다고 하셨다. 나는 그 시절 이후로 성장이 멈춰버렸던 것일까?...

 

구름은 똑같이 낭만적 소재로 등장하지만 터져버리는 일도 없고, 사라진다해도 결국 다시 다른 형태로 돌아온다. 물이 그렇다. 대기중에 있을 때, 땅으로 내려올 때, 다시 올라갈 때 각기 다른 모습으로 움직이지만 모두 물이다. 하느님의 존재는 물에 비유되기도 한다.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결국 하나이신분..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이해하는 데 제일 좋은 비유인 것 같다. 그리고도 구름은 매일 그 성격을 달리 하면서도 변함없이 구름이고 있다.

높은데서 자유롭게 사는 삶. 어쩌면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해 보면서도 여전히 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소박하게 자기 무게를 지키고 있는 구름이 유난히 부러운 요즈음이다. 어떠한 무게도 가질 것이 없고, 한 곳에 남아 지켜야할 어떠한 장소도 내겐 없는데 마치 그런것처럼 살고 있으니 말이다.

 

바람이 부는 것을 우리는 피부로 느낄 수는 있지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느님이 그러하시다고 한다. 인간의 지혜로 하느님이 가신 길을 알 수는 없다고 한다. 다만 내 곁을 스치실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느낀다고 한다. 구름이 그러하듯 바람이 그러하듯 그냥 그 끝자락에라도 내가 실릴수 있도록 가벼워지고 싶다.

 

                                                                       Ceaci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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