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동성당 게시판
[죽음] 날 기억하려거든 |
---|
날 기억하려거든
- 로버트 N.테스트 -
나의 마지막 순간에 이것을 펼쳐 주십시오
어느 순간 의사는 나의 뇌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모든 의미에서 나의 생명이 정지되었다고 결정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내 몸 안에 기계를 이용해서 인공의 생명을 불어넣으려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나의 임종이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그대신 그것을 ’새로운 탄생’이라 불러 주시고 다른 사람들이 더욱 충실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도록 나의 몸을 나눠주십시오.
나의 눈을, 떠오르는 아침해와, 아기의 얼굴과, 그리고 여인의 눈 속의 사랑을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 주십시오.
나의 심장을, 자신의 심장으로는 날마다 끊임없는 고통만 당해온 사람에게 주십시오.
나의 피를, 교통사고로 이그러진 차 속에서 구출된 십대에게 주시어, 그로 하여금 그의 손자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때까지 살게 하여 주십시오.
나의 신장을, 기계에 의지하여 나날을 연명해 가는 사람에게 주십시오
내 몸 속의 뼈와, 모든 근육과, 모든 세포와 신경을 절름발이 아이에게 주시어 그 아이가 걸을 수 있게 할 길을 찾아 주십시오.
내 뇌의 구석구석을 살펴봐 주십시오. 필요하다면, 내 세포를 떼어 내어 배양하시고 그것으로 언젠가 말 못하는 소년이 야구 방망이로 공을 치는 소리에 환성을 지르고 듣지 못하는 소녀가 유리창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내게 남은 것은 태워서 바람에 재를 뿌려 주시어 꽃들이 자라는 걸 돕게 하여 주십시오
뭔가 묻어야 하겠다면, 내 잘못과, 결점과, 인간에 대한 나의 편견을 묻어주십시오. 내 죄악은 악마에게 주십시오.
내 영혼은 하느님께 드리십시오. 그리고 혹시 날 기억하려거든 당신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친절한 행동과 말로 기억해 주십시오. 내가 부탁한 모든 걸 해주시면 나는 영원히 살게 될 것입니다.
찬미예수님
몇 년 전 서울주보에 실렸던 것을 지갑으로 수첩으로 옮겨 놓으며 간직한 글입니다. 처음 이 글을 대하고는 읽고 읽고 또 읽으며 장기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세상사에 찌들었나봅니다. 그동안 잊고 살았거든요 -.-;; 어제 제가 가입한 동호회 회원이 자신의 본당게시판에 이 글을 올렸더라고요~ 아~ 세월이 너무 흘러서 그런가~ 이젠 누렇게 색이 바랜 체로 아직도 제 다이어리에 있는 잊었던 그 글... 오늘 다시 펴보고 책상 유리 밑에 깔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맑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