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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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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원 [hying728] 쪽지 캡슐

2001-07-23 ㅣ No.1823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별빛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사랑은 고통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던 것들을    

 우리 손으로 허물기를 몇번      

 육신을 지탱하는 일때문에      

 마음과는 따로 가는 다른 많은 것들 때문에      

 어둠속에서 울부짖으며 뉘우쳤던 허물들을     

 또다시 되풀이 하는 연약한 인간이기를 몇번      

 바위 위에 흔들리는    

 대추나무 그림자 같은 우리의 심사와    

 불어오는 바람같은 깨끗한 별빛 사이에서      

 가난한 몸들을 끌고 가기 위해    

 많은 날을 고통속에서 아파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건널 수 없는 강을 서로의 사이에 흐르게 하거나     

 가라지풀 가득한 돌자갈밭을 그 앞에 놓아두고      

 끊임없이 피흘리게 합니다      

 풀잎 하나가 스쳐도 살을 베이고      

 돌 하나를 밟아도 맨살이 갈라지는 거친 벌판을    

 우리 손으로 마르지 않게 적시며 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사랑때문에 깨끗이 괴로워해본 사람은 압니다      

 수없이 제 눈물로 제 살을 씻으며      

 맑은 아픔을 가져 보았던 사람은 압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고통까지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간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서로 살며 사랑하는 일도 그렇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도 그러합니다      

 사랑은 우리가 우리 몸으로 선택한 고통 입니다.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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