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보물 사기(7/28) *

인쇄

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07-28 ㅣ No.3482

 

연중 제 17 주간 수요일 (2004-07-28)

독서 : 예레 15,10.16 - 21 복음 : 마태 13,44 - 46


* 보물 사기 *

그때에 예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밭에 묻혀 있는 보물에 비길 수 있다. 그 보물을 찾아낸 사람은 그것을 다시 묻어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있는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또 하늘나라는 어떤 장사꾼이 좋은 진주를 찾아다니는 것에 비길 수 있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면 돌아가서 있는 것을 다 팔아 그것을 산다.”
(마태 13,44-46)

나는 성직자 친구도 있고 수도자 친구도 있습니다. 젊었을 때 그들과 만나면 몇 마디 안부를 묻고는 더이상 할말이 없었습니다. 서로 사는 것이 달라서 그런가 했지만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마치 무엇을 주어야 할 의무만 있는 듯이 행동을 하곤 해서 만나면 금세 지루해지기 일쑤였지요.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서 한치라도 허튼소리를 할까 조심했지만 확신보다는 갈등이 커보였습니다. 세련되게 자신의 성소에 대한 기쁨을 말하곤 했지만 나를 감동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만나니 점점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늘고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삶에서 발견한 보물을 쉽고 재미있게 단순한 언어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 나이가 마흔이 넘어서부터였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삶에 배짱도 생기고 자신에 대해서도 관대해지는 만큼 세상을 보는 것도 관대해진 듯했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은 더 날카롭고 정확했고요.
그리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보는 것도 구체적이고 솔직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무엇을 놓아야 할지, 무엇을 잡고 있어야 하는지 아는 이의 솔직함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자신들만의 영적 보물을 나에게 나누어주고 싶어하는 친구들을 떠올립니다. 그들이 그 보물을 사기 위해 치르는 고단함 안에 담긴 행복을 그려봅니다. 마치 진주를 발견한 장사꾼이 자신의 것을 다 팔아 진주를 사듯이.

정운영(인천교구 답동 천주교회)

  
단추를 달듯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고 있는
나의 손등위에
배시시 웃고 있는 고운 햇살

오늘이라는 새옷 위에
나는 어떤 모양의 단추를 달까

산다는 일은
끊임없이 새 옷을 갈아 입어도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듯
평범한 일들의 연속이지

탄탄한 실을 바늘에 꿰어
하나의 단추를 달듯
제자리를 찾으며 살아야겠네

보는 이 없어도
함부로 살아 버릴 수 없는
나의 삶을 확인하며
단추를 다는 이 시간

그리 낯설던 행복이
가까이 웃고 있네

- 이해인 -

 

[Vincent Van gogh - 정물, 협죽도화병]

이웃과 함께 - '코끼리' 카페
 


1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