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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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1-15 ㅣ No.7944

엄마는 내 성적표를 보시고는 나를 꼬옥 끌어안아주셨습니다. 나도 엄마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은경이는 시험을 잘 못봤는지 엄마에게 성적표를 쭈뼛쭈뼛

보여드렸습니다.

 

        "은경이도 내년엔 공부 열심히 해야지?"

         

        "네.. 엄마..."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은경이가 대답했습니다. 나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거야..."

         

        "오빠말이 맞다... 은경이도 내년엔 열심히 공부하기로 엄마하구 약속하자"

         

        "응... 알았어 엄마..."

 

세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내 밥속엔 계란부침개가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은경이 몰래 넣으셔서 그랬는지 계란부침개가 내 밥 가운데 들어있습니다.

밥위에 계란부침개를 넣고 그 위에 다시 밥으로 덮으셨는가 봅니다.

엄마는 나에게 눈짓으로 혼자 먹으라고 찡끗하십니다. 오랫만에 먹어보는 계란이라 정말

맛있습니다. 평소엔 잘 먹어보지 못하던건데 오늘 엄마가 장에나가셨다 한알 사가지고

오셨나 봅니다.

그것도 모르고 은경이는 열심히 밥을 먹습니다. 나는 엄마가 몰래 넣어주신 계란부침개하고

맛있게 밥을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누렁이와 은경이하고 밤마실을 다녀와서는 방에 벌렁 누웠습니다.

이제 겨울방학동안 연수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쉬웠습니다.

다시 성적표를 꺼내 보았습니다. 연수랑 많이 공부했던 산수는 세문제밖에 틀리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산수는 내가 우리반에서 5등이라고 하셨습니다.

 

밤늦은시간 화장실을 가려고 방문을 열었는데 엄마가 대문에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계신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어른들의 얘기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화장실로 가다가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엄마는 옆집 순덕이 누나네 엄마와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민우엄마 사정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나도 어려운걸 어떻게 해..."

         

        "죄송해요 순덕엄마. 내가 어쨌던 빨리 돈을 마련해 볼께요..."

         

        "우리집도 순덕이 중학교가는것 때문에 돈이 많이 필요하더라구..."

         

        "정말 죄송해요... 일전에 꾼돈은 꼭 갚도록 할께요..."

         

        "그럼 부탁해 민우엄마..."

         

        "네... 들어가세요..."

 

나는 엄마가 축 처진 어깨로 방으로 들어가시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화장실을 갈 수 있었

습니다. 엄마는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고나서 한참동안을 방불을 끄지 않으셨습니다.

아마도 엄마는 순덕이 누나네 엄마와 이야기한 돈때문에 걱정이 되시는가 봅니다.

전에 엄마가 순덕이 누나네 집에가서 돈을 조금 꾼것을 나는 압니다. 그때도 겨우겨우

돈을 꾸었었는데 엄마는 돈 값을 길이 막막하신가 봅니다.

이럴때 아빠가 계셨더라면 좋았을텐데... 이제는 엄마한테 맛있는거 사달라는 소리도 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엄마는 새벽이 넘도록 주무시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침을 먹고 은경이가 밖으로 친구들이랑 놀러나가면서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 100원만..."

         

        "100원? 뭐에 쓰려구?"

         

        "맛있는것좀 사먹게..."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은경이는 엄마가 돈이 없는줄도 모르고 엄마에게 돈을 달라고

조르고 있었습니다.

 

        "야! 너는 맨날 엄마한테 돈만 달라구 그러냐?"

         

        "왜애... 오빠가 왜 참견이야?"

         

        "넌 돈만 있으면 맨날 먹을것만 사먹잖아."

         

        "그게 어때서? 다른 애들은 나보다 훨씬 많이 사먹는다 뭐"

         

        "우리집이 그렇게 부자냐? 맨날 사먹기만 하게?"

         

        "치. 괜히 오빠가 난리야..."

 

엄마가 보기 딱하셨는지 바지춤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서 은경이에게 주셨습니다.

은경이는 돈을 받아들고는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보고 낼름 혀를 내밀고는 밖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다시 엄마가 큰 한숨을 쉬셨습니다. 괜히 내가 엄마에게 미안했습니다. 은경이가 빨리

철이드어야 할텐데 큰일입니다.

 

        "엄마 걱정마세요. 내가 다음에 크면 훌륭한 사람 되서 엄마 돈 많이 벌어드릴께요"

         

        "그래. 우리 민우 말만이라도 고맙구나..."

         

        "진짜라니까요. 나 그래서 이번에 시험도 잘 봤잖아요...

        꼭 엄마 돈 많이 벌어줄꺼예요..."

         

        "그래...그래..."

 

엄마가 나를 꼬옥 끌어안아주셨습니다. 나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를 안고 계신 엄마가

소리죽여서 울고계신것을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오후나절에 일만이를 만났습니다. 양손 가득히 감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

습니다.

 

        "감자 구워먹으려구?"

         

        "응... 우리집 앞에 공터에 애들 불 피워놓고 기다리고 있어"

         

        "맛있겠다..."

         

        "너두 갈래?"

         

        "그래두 돼?"

 

나는 일만이와 감자를 나눠쥐고 일만이네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흙이 묻어있는 감자를

들고 걸어갔습니다.

 

        "너 시험 잘봤다고 엄마가 뭐 안사주셨어?"

         

        "뭘?"

         

        "우리엄마는 나 시험만 잘 보면 자전거 사주신다구 했는데..."

         

        "난 그런거 필요없어..."

         

        "왜, 너 지난번에 자전가 가지구 싶다구 그랬잖아"

         

        "이젠 싫어졌어."

         

        "난 그래두 가지구 싶은데..."

 

자전거는 나도 가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를 수 없습니다.

가끔씩 우리동네 아이들중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많이 부럽긴 하지만

그래도 나중에 내가 꼭 돈을 벌어서 자전거를 살겁니다. 엄마한테는 근사한 집도 사주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아이들은 일만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감자를 모닥불 사이에

넣어두고 감자가 익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날씨가 추웠지만 모두 모닥불 주위에 삐잉 둘러

않아서 많이 춥지는 않았습니다.

감자가 익었는지 아이들은 하나씩 불속에서 감자를 꺼내 호호 불며 새카맣게 익은 감자를

하나씩 벗겨 먹었습니다. 나도 입이 모두 까매지면서 까지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은경이가 자기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옆에 앉았습니다.

 

        "오빠 우리도 먹어두 돼?"

         

        "그래 먹어"

 

옆에서 일만이가 대신 대답해 주었습니다. 나는 아침에 은경이가 미워서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은경이 손에는 과자봉지 하나가 들려있었습니다.

 

        "너 그거 뭐야?"

         

        "아... 이거? 아까 엄마가 준 돈으로 산거야. 오빠두 먹구싶어? 조금 줄까?"

         

나는 갑자기 화가나서 은경이 머리를 한대 때려주었습니다.

 

        "야, 넌 맨날 엄마한테 돈만 타가서 그딴거나 사먹냐? 우리집이 부자야?"

         

        "씨... 오빠가 뭔데 때리구 그래! 엄마한테 일러줄꺼야"

 

은경이가 눈에 눈물이 잔뜩 고인채로 울먹울먹거리며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나는 괜히 후회가

됐습니다. 엄마는 돈이 없으셔서 걱정이신데 은경이가 그것도 모르고 과자만 사먹는것이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때린건 잘못한것 같습니다. 옆에서 감자를 먹던 일만이가 놀라서

나를 쳐다봅니다.

 

        "야... 왜그래... 은경이가 뭐 잘못했어?"

         

        "아냐... 나 그만 갈께..."

         

먹던 감자를 일만이에게 주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맛있던 감자가 갑자기 맛이

없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발걸음을 돌려 읍내쪽으로 나갔습니다.

혹시 연수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읍내 가까이 가서는 결국 그냥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연수는 지금 뭘하고 있을까요? 전에 가보았던 연수네 집과 연수 방이 생각났습니다.

우리집은 겨울이면 많이 추운데 연수네집은 하나두 춥지 않았습니다. 침대도 있었고

일하시는 아줌마가 맛있는것도 많이 가져다 주셨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은경이가 분명히 엄마에게 일렀을겁니다.

내가 때렸다고 일렀을겁니다. 전에도 말썽부리는 은경이를 한대 때려줬다가 엄마한테

혼났었는데 오늘도 많이 혼날것 같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해가지는 뒷산을 바라보았습니다. 날도 어둑어둑해져서 이젠 집에 들어가야

할것 같습니다.

터덜터덜 동네로 들어가다 전봇대에 뭔가가 붙어있는것을 보았습니다.

’신문배달원 모집’이라고 적힌 종이었습니다. 월급도 준다고 적혀 있습니다.

만약 내가 신문 배달을 해서 월급을 받아 엄마에게 가져다 드리면 엄마가 좋아하실겁니다.

아마 옆집 순덕이 누나네 집에서 꾼 돈도 금방 값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문 보급소는 읍내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건은 중학생 이상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중학생이상... 하지만 내가 신문보급소에 가서 사정하면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 꼭 신문 배달을 할겁니다. 그래서 엄마를 조금이나마 기쁘게 해드릴겁니다.

 

나는 신이나서 한걸음에 달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에는 벌써 은경이가 엄마 옆에 찰싹 달라붙어있었습니다. 아마 내가 때린걸 이미 엄마에게

일렀는가 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엄마가 나를 혼내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냥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그러십니다. 은경이는 엄마옆에서 혀를 낼름 거리면서 나를 놀립니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서 내일 당장 신문 보급소로 가서 신문배달을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월급을 받아서 엄마를 드리면 엄마가 많이 기뻐하실겁니다. 은경이 과자도 내가 사줄 수

있을겁니다. 이제는 짧아져서 볼펜깍지에 끼워쓰는 내 연필도 살 수 있을겁니다.

이렇게 신문배달을 해서 돈을 많이 모으면 근사한 집도 살 수 있을겁니다. 아마 연수네

집 정도는 금방 돈을 모아서 살 수 있을 겁니다.

 

갑자기 내가 아주아주 큰 부자 된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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