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타인의 파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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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22 ㅣ No.4428

     타인의 파편들

 

    사람은 어떤 묵은 데 갇혀 있으면 안 된다. 꽃처럼 늘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살아 있는 꽃이라면 어제 핀 꽃하고 오늘 핀 꽃은 다르다.

    새로운 향기와 새로운 빛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서 비난을 하고 판단을 한다는 것은 어떤 낡은 자로써,

    한 달 전이나 두 달 전 또는 며칠 전의 낡은 자로써 현재의 그 사람을

    재려고 하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의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비난은 늘 잘못된 것이기 일쑤이다.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렸을 때 그는 이미 딴사람이 되어 있을 수 있다.

 

    말은 가능한 한 적게 해야 한다.

    한 마디로 충분할 때는 두 마디를 피해야 한다.

 

    인류 역사상 사람답게 살다간 사람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침묵과 고독을 사랑한 사람들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끄러운 세상을

    우리들 자신마저 소음이 되어 시끄럽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치 있는 삶이란 의미를 채우는 삶이다.

 

    그리고 내게 허락된 인생이, 내 삶의 잔고가 어디쯤에 왔는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새삼스럽게 몰랐던 것을 아는 것, 이것은 깨달음이 아니다.

    본래 자기 마음 가운데 있는 꽃씨를 일상적인 삶을 통해서 가꾸어 나가면

    그것이 시절 인연을 만나 꽃 피고 열매 맺는 것, 이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디에도 기대서는 안 된다.

    오로지 자신의 등뼈에 의지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 진리에 의지해야 한다.

    자신의 등뼈 외에는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는 안정된 마음이야말로 본래의 자기이다.

 

      내 일은 내가 하고

      당신일은 당신이 하는 것,

 

      내가 당신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 가는 것이 아니며,

 

      당신 또한 나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 가는 것이 아닌 것을,

 

      당신은 당신, 나는 나

      우연히 서로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

      그렇지 못할 땐 어쩔 수 없는 일...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일.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자신에게 "나"자신을 만들어 준다.

 

      이 창조의 노력이 멎을 때 나무건 사람이건,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 온다.

      겉으로 보기에 나무들은 표정을 잃은 채 덤덤히 서 있는 것 같지만,

      안으로는 잠시도 창조의 일손을 멈추지 않는다.

 

      땅의 은밀한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새 봄의 싹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시절 인연이 오면 안으로 다스리던 생명력을 대지 위에 활짝

      펼쳐 보일 것이다. - 법정 스님 수상집 <산방한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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