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천국의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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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 [sugi] 쪽지 캡슐

2000-05-29 ㅣ No.1553

누구나 한번쯤은 ’천국이 정말 있을까?’하는 의혹과

’있다면 어떻게 생겼을까?’를 생각해 봤으리라.

 

토요일 특전미사 시간에 ’성모의 밤’행사가 있었다.

물론 까맣게 잊어버리고 성당을 찾았지만....

 

성모님께 봉헌할 초와 쭉뻗은 장미꽃을 들고 본당으로

오르는 교우님들을 뵈니 마치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같기도 하다.

 

’아차’싶었지만 이미 좌석은 꽉 차 있었고 준비 되어있는

장미꽃조차 다 떨어질 때에라야 성당을 찾은 것이나

고운 한복을 차려 입으신 자매 님들에 비해서

반바지 차림인 내가 죄송하고 부끄럽기 까지하다.

 

제대 옆으로는 아치형의 꽃으로 장식한 문을

여러개의 촛불로 밝히시고,

타지에 나가 고생하는 자식들을 기다리는

여느 어머님의 모습인양 성모님은 서 계신다.

 

세상의 어머님들이 그렇듯이 맛난것,좋은것,따뜻한

자리는 자식들 내어 주시고 그 나머지로

당신들을 채우시고도 가시지 않는 미소 만큼이나

성모님의 미소또한 자애롭다.

 

미사시작과 더불어 봉헌할 초에 불을 켜고

각자는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리며....한줄씩

제대 앞으로 나아가 계단에 차곡차곡 장미꽃과 초를

봉헌한다. 흔들리는 형형색색의 촛불을 보니

사월 초파일 연등제가 생각이 난다.

 

연꽃속에 등을 켜고 가족의 이름을 적어 불전에 내어

걸고는 정성스레 치성을 드린다.종파도 다르고 형태나

의식은 다르지만 그분들께 바치는 정성이야

무엇이 다르겠는가.....

 

미사가 끝난후 연이어 성모님께 바치는 시 낭송과

성가 그리고 축주가 이어졌다.이때가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제대를 바로 볼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시간이 길어짐으로 인해 집으로 일찍 돌아가신 분들덕에....

 

제대로 오르는 계단이 몇개가 되더라?...

멀리서 보기엔 그리높지 않아 보였다.

 

중학교 1학년때 언니가 열심히 무언가를 읽고 있기에

표지를 봤더니 ’천국의 열쇠’라는 책이었다.그뒤로 그 책을

여러번 여러날에 걸쳐 읽는다고 읽었는데 작가는 물론

내용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천국의 열쇠......

천국의 계단......

 

하느님이 계시는 곳이 분명 천국이라면 그 곳엔 아드님인

에수님과 어머니 마리아님도 계실테니.....

그 발아래 놓여진 계단은 바로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이었으리라........

 

합주단의 선율에 맞추어 춤을 추듯 흔들리는 촛불과

천상의 향기를 뿜어낼듯한 장미꽃 송이는 당신께

초대받은 우리를 안내 하려는 천사같다.

 

그리고

세상것에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나 조차도 두팔로

반갑게 맞아주실 것 같은 성모님.

 

두시간 남짓 미사는 봉헌되었지만 채 10분도 지나지

않은듯 아쉬움이 남는다.천상의 모습이, 느낌이 이러한

것 이라면 부여잡고 있는 지금의 모든것을 포기할 수도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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