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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세상의 빛이다(vos estis lux mu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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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록 [peterkauh] 쪽지 캡슐

2009-06-09 ㅣ No.6856

 
 
 
오늘 마태복음을 통해 듣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vos estis lux mundi). ....  "(5,13)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vos estis sal terrae). .... "(5,14)
 
이 말씀은 그 거룩한 어감 못지않게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서 보면 크리스챤인 생활인에게 버거운  "엄명"으로
느껴집니다.  자칫  어설픈 해석으로 자만의 근거가 되는 경우도 많은듯 합니다. 마치 스스로 이미 빛인양,
또는 소금인양 착각하는 것입니다. 빛과 소금이긴 커녕 오히려 빛을 쪼이고 소금으로 절여야 할 대상인 경우가
더 많을 터인데 ... .
 
우리는 이 각 절의 서두에 오는 이 말씀보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씀, 즉 "등불은 켜져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와 "소금이 제맛을 잃으면 ...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뿐이다."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진정 빛이기 위하여는 스스로 위험에 노출되어 자신을 태우는 희생을 통해 세상을 밝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은 그럴듯한 자리에서 현실의 어둠의 세력에 입 한 번 열지 않고 그럭저럭 빌붙어 지내며 "원만한" 처세의 달인
됨을 과시하고 있는 "어둠의 협조자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입니다. 
 
진정 소금이기 위하여는 자신을 녹여내는 희생을 통해 썩고 부패한 것들을 바로잡는데 나서야 함에도 "서로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타협의 달인됨을 과시하며 "함께 썩어가는 기쁨에 안주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물리학적으로 우주에는 빛보다 어둠이 압도적입니다.
빛을 내지 않는 것들은 인간이 그 정체를 알지 못하기에 그저 암흑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우주에서 인류가
파악하고있는 물질은 전체의 4%도 체 안됩니다. 그 4% 중에 빛, 양자, 중성자, 전자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질인데도 그 정체를 모르는 암흑물질이 24%, 그리고 나머지 72%는 음의 압력을 가진 암흑 에너지라고
한답니다.
 
이 물리학적 암흑과 영적인 암흑의 세계 속에서 "빛이 되라"는 주님의 엄명은 실로 압도적이라는 것입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순간 타오르다 사라지는 하나의 티끌같은 불씨로서의 목숨. 아무리 해도 완전한 순수에
이를 수는 없는 인간 사랑의 속성을 알기에... .
 
아마도 하느님께서는 지극하신 사랑으로 "이 암흑의 우주, 암흑의 인간세상을 밝히라"는 엄청난 도전의 소명을, 
자신의 외아드님의 탄생과 가르침, 그리고 수난과 부활을 통해서, 스스로 타고 녹아야 하는 "비결"과 함께 생명의
불씨로서 주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없습니다.
 
티끌만큼에 불과할지라도 "세상의 빛(lux mundi)"으로 타다 갈 수 있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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