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를 거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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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희 [prowork] 쪽지 캡슐

2001-10-10 ㅣ No.2369

요즘은 자꾸 옛생각이 납니다.

어제도 친구들과 차마시며 옛날 이야기만 했습니다.

아시나요?  가을 햇살이 내리는 시골집 방문과 창문을요.

계절이 바뀔때 마다 새하얀 창호지 사이에 노란 국화꽃, 진홍색 과꽃을 말려

넣어 한껏 멋을 내던 옛어른들의 운치가 너무 멋진 것 같습니다.

요즘도 있을까요?

 

 도종환 시인의 시한편을 읽으며 제 마음을 뒤돌아 보게 됩니다.

 마음에 거두어 들인 꽃씨로 돌아올 새 봄에 꽃 피우기 위해 삶을 겸허하게

 받아 들이기로  결심을 새로이 하여 봅니다.

 

 

     꽃씨를 거두며

 

                   도종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아주 작은 이슬과 바람에도

서슴없이 잎을 던지는 뒤를 따라 지는 꽃들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아름다움과 시듦,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시드는 꽃밭 그늘에서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어 주먹에 쥐며 이제

기나긴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삶에서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남아 있는

우리들의 사랑임을 압니다.꽃에 대한 씨앗의 사랑임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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