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마지막 빈첸시오 회비(퍼온 글)

인쇄

이충해

2010-02-20 ㅣ No.12338

이웃 성당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흔한 표현으로 감동을 먹어 글 그대로 복사해 올립니다.

마지막 빈첸시오 회비

며칠 전 수녀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즉 얼마전 돌아가신 한 자매(할머니)가 자신의 재산에서 장례비로 쓴 경비를 제외하고는 남은 돈 전부를 빈첸시오회에 기증해달라는 유언을 남기셨으니, 그리 알고 그분의 유지대로 적절히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하계동 성당 빈첸시오의 활동은 그리 활발한 것은 아니다.

교우들이 내 주시는 명예회비를 바탕으로, 그리고 본당 차원의 배려로 봉헌초 판매와 자판기 수익으로 몇 분의 어려우신 분들에게 샐활비와 학자금 그리고 명절과 성탄절에 고기와 케이크 정도 갖다 드리는 것이 활동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빈첸시오 회칙과 교본에 나와 있듯이, 나름대로 가정을 방문하여 말벗이 되어 드리고 기도를 하지만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대상자의 가정을 일 년에 한 번 정도도 방문치 못하고 있는, 많는 부분을 헛돌고 있다고 자인할 수 밖에 없다.

이 할머니 역시 어려운 가정으로 파악하여 생활비를 전해 드렸던 분이었다. 하지만 빈체시오회의 최고참이라는 나의 기억에는 거의 없었다. 물론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병원비의 일부를 보조해 드리고 위로의 기도를 함께 하였지만, 그것이 겉도는 활동의 자기 위안을 될 수 없으리라.

어쨋거나 1차 입원비 보조에 이어 2차 보조비를 집행하기 바로 전에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할머니가 생전에 관계를 맺으신 어는 수녀회의 도움으로 장례를 치른 며칠 후, 바로 본당의 원장 수녀님으로부터 전술한 내용의 전화를 받은 것이었다.

사실 빈첸시오회는 돈이라는 물질의 봉사를 수단으로 하다보니 오해를 받기도 하고 오해를 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우리의 교만과 관련되어 있으며 대상자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는 - 그것도 빈첸시오회의 기금은 절대로 내 개인이 받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 예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우리는 대상자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곤 한다. 혹시 이분이 성당 지원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지, 우리가 드린 이 고기와 김치가 냉장고 한 구석에서 썩어 문드러지는 건 아닌지, 자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어려움을 과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하지만 이런 것들은 우리가 관여할 것이 아니다. 그분들이 어렵다면 그걸 사실로 벋아 들이고 최선을 다하여 지원하여 주는 것이말로 우리의 본분인 것이다. 여타의 것들이야, 주님 당신의 일이시니 당신이 하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아주 적은 도움이 그분들에게는 큰 용기가, 아니 주님의 현존을 느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접한다. 몇 해 전 어느 한 자매를 지원해준 적이 있었다. 그 자매는 너무 궁핌하여 임대비를 못내어 집에서 쫓겨나갈 지경이었다.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나어린 자식을 집에 홀로 두고 저 광장시장까지 걸어서(차비가 없어서) 다니던 그때에 구역반장님의 추천으로 빈첸시오 회원이 방문하였던 것이다. 대략적인 전후 사정을 듣고 빈첸시오회에서는 생활비 보조 형식으로 매월 5만원씩 지원하였다. 1년 후 추가 지원을 하려 하였지만, 자기보다 어려운 분들에게 돌리라는 완곡한 말로 사양하기에 더 이상의 지원은 없었고 우리의 뇌리 속에서도 가물가물 잊혀져 갔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성당에서도 그 자매의 모습은 거의 볼수 없었다. 하지만 지원 몇 해 후 우연히 생각이 나 그 집을 방문했을 때에 생계 유지를 위해 성당에 쉬이 나올 수 없었다는 말을 듣고는 어려움 없이 이렇게 신앙 생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를 드려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그날 그 자매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여 우리의 게으른 마음을 더더욱 부끄럽게 하였다.

“ 그때 빈첸시오의 도움은 주님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때 극한 상황에 있었고 지옥과도 같은 절망만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주님은 빈첸시오를 통하여 자신을 보여 주신 것이었지요. 그게 지금까지 저를 버티게 해주었고, 지금도 여전히 어렵지만, 예전처럼 절망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그 할머니의 유언을 접하고 아울러 젊은 자매의 말을 떠올리며, 과연 우리 빈첸시오가 그런 말을 들을만한 활동을 하였는지 자성해 본다. 아울러, 이렇게 게으르고 거만한 빈첸시오 회원들을 내치지 아니 하시고 당신을 드러내시는 도구로 써주시는 주님에게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으로 지금보다는 열심히 활동해 보리라 다짐해 본다.

물론 또다시 사탄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똑같아지겠지만, 주님께서도 십자가의 길에서 세 번 넘어졌다 일어났듯이, 유혹에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은총을 주소서. 아멘!!

할머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명예회비로 내신 것에 감사드리며, 천국에서도 주님께 우리 빈첸시오와 빈자들을 위하여 기도 부탁드립니다!~~저희도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자매님!!!!



3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