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8)

인쇄

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1-09 ㅣ No.7919

집에 도착해서 오늘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말씀 드릴까 하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쓸데없는

일로 엄마가 걱정하지 않으실까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나가면 모를 일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책상 앞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혜선이가 조금 밉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엄마가 주신 돈을 빼앗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연수와 먹은

떡볶이도 생각났습니다. 다른때 먹었던것 보다 훨씬 맛있는것 같았습니다.

이상합니다. 전에 일만이랑 먹었을때는 별루 맛이 없었는데...

 

갑자기 책상위에 국어책이랑 산수책이 보였습니다. 연수가 같이 공부하자고 했던 말도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는지는 나는 잘 모릅니다.

책상에 국어책을 펴놓고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하지만 곧 실증이 나서 국어책을 덮고

산수책을 펼쳐놓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산수를 잘 못하기 때문에 산수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국어책이랑 산수책을 덮어두고 누렁이와 놀기로 했습니다. 누렁이는 엄마가 주신 밥을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내 뒤를 따라 은경이도 밖으로 나왔습니다.

 

        "오빠두 있었네?"

         

        "응..."

         

        "나 오늘 연수언니 학교에서 봤다"

         

        "그래?"

         

        "언니가 나 이쁘다구 지우개두 줬다"

         

        "좋겠다..."

         

        "하나두 안쓴 새건데 그냥 줬다"

         

        "그래..."

         

        "오빠두 조금 줄까? 조금만 잘라서?"

         

        "그냥 너 다 써..."

         

연수와 떡볶이를 먹은 이야기를 은경이에게 하려다 그만 두었습니다. 괜히 연수가 샘낼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은경이와 누렁이를 데리고 동네 한바퀴를 뛰고나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연수와 공부를 해야하는데 걱정입니다. 나는 연수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합니다.

연수가 공부못하는 사람이랑 놀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요?

 

다음날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연수가 나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우리집에가서 공부할래?"

         

        "너희집? 가도 괜찮아?"

         

        "그럼, 우리 엄마한테도 다 말씀드렸어"

         

        "그래 그럼..."

 

매일같이 집으로 돌아가던길이 아닌 연수네 집으로 가는 길은 참 신기했습니다.

우리동네에는 없는 극장도 보이고 내가 좋아하는 자전거포도 보였습니다. 집도 우리동네

보다는 훨씬 크고 좋아보였습니다.

 

연수네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연수네집은 다르집보다 훨씬 잘 사는것 같았습니다. 집도

2층집이었습니다. 집 문앞에 도착해서 연수는 대문옆에 달려있는 뭔가를 꾸욱 눌렀습니다.

 

        "누구세요?"

         

        "저예요... 아줌마..."

 

그리고는 대문이 자동으로 덜컹 소리를 내면서 열렸습니다. 사람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연수네집은 대문부터 집까지 잔디가 깔린 마당이 있었습니다. 우리집처럼 흙바닥이 아니라

잔디가 깔려있는 모습이 참 신기했습니다.

 

        "너희집 참 좋다"

         

        "그래?"

 

연수는 웃으면서 나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니 한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연수 어머니..."

         

        "호호, 민우야... 이 아줌마는 우리 엄마 아냐..."

         

        "응? 그럼?"

         

        "우리집에서 일해주시는 아줌마야..."

         

나는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일해주시는 아줌마? 우리집은 엄마가 다 일하시는데 연수네집은

할 일이 많은가 봅니다.

나와 연수는 같이 연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연수 방은 우리집 안방보다 큽니다.

그리고 전에 한번 어디선가 봤던 침대도 있습니다. 나는 앉은뱅이 책상을 놓고 공부를

하는데 연수는 의자까지 있는 책상이 있습니다.

 

        "야... 좋겠다..."

         

        "응? 뭐가?"

         

        "넌 그럼 맨날 침대에서 자는거야?"

         

        "응..."

         

        "좋겠다..."

 

연수 침대에 잠깐 앉아 보았습니다. 푹신푹신한것이 이곳에서 잠을 자면 참 좋을것 같습니다.

잠도 잘 올것 같습니다.

 

연수와 나란히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했습니다. 나는 뭘 할지 몰라서 그냥 책을 꺼내놓고

연수가 공부하는 옆에서 멀뚱멀뚱 앉아있었습니다. 연수는 공부를 하다가 나늘 보고는

웃으며 물어보았습니다.

 

        "너는 무슨 과목이 제일 좋아?"

         

        "나? 체육"

         

        "호호... 그래? 나는 체육 잘 못하는데... 잘됐다. 그럼 우리 서로 못하는 과목

        가르쳐주기 하자... 응?"

         

        "그럴까?"

         

        "그럼 민우 네가 잘 못하는 과목은 뭔데?"

         

        "나? 체육 빼고 다... 히히"

         

        "호호... 그럼 우리 산수부터 할까?"

         

        "그래..."

         

연수는 산수책을 펴 놓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어떻게 푸는지 나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것이 더 많았지만 연수가 너무 열심히 가르쳐 줘서 좋았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문제를 잘 풀어?"

         

        "매일 그날그날 배운걸 복습하는거야. 그러면 그날 배운걸 잊어버리지 않거든"

         

        "정말? 복습하면 잊어버리지 않아?"

         

        "그럼, 정말이라니까... 민우 너도 한번 해봐..."

         

        "알았어... 그런데 복습은 어떻게 하는건데?"

         

        "그날 선생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는가 책하고 공책을 보면서 하나하나 생각해

        보는거야... 그러면 되"

         

        "그래. 나두 해볼께"

 

그날 연수와 같이 산수문제를 풀면서 시간가는줄을 몰랐습니다. 오른쪽 양말에 구멍이 나서

왼쪽발로 살짝 가린채로 공부를 했습니다. 연수네집 일하는 아줌마가 먹을것도 가져다

주셔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과자도 있었습니다. 연수는 나보고 다 먹으라고

했습니다.

 

        "우리 아빠가 그러셨는데 공부를 잘해야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된다구 하셨어"

         

        "그래? 연수 넌 나중에 뭐가 되고 싶은데?"

         

        "난 선생님"

         

        "그래, 아마 넌 선생님 꼭 될꺼야"

         

        "어떻게 알어?"

         

        "나 산수 가르치는거 보니까 선생님 될 수 있을것 같아"

         

        "정말? 신난다... 민우 너는 뭐가 되고 싶은데?"

         

        "난 맨날 생각이 변해. 처음에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는데 그다음엔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구, 이제는 화가도 되고싶고 과학자도 되고싶고..."

         

        "욕심이 많구나?"

         

        "그런데 하나두 잘하는건 없어"

         

        "축구 잘하잖아..."

         

        "정말?"

 

공부를 마치고 연수와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이제는 앞으로 되고싶은것 하나를 생각해

둬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제부터 다른사람이 나보구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나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할겁니다. 나는 짱가나 마징가제트같은건 잘 그리니까

화가가 될 수 있을겁니다.

 

연수네 집에서 우리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었습니다. 해가져서 어둑어둑한 산길을 가기가

무서워서 한걸음에 달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숨이 턱밑까지 차 올랐습니다.

멀리서 내가 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누렁이가 컹컹 짖어 댑니다.

누렁이 옆엔 우리 엄마가 계셨습니다.

 

        "민우야... 왜 이렇게 늦게오니?"

         

        "오늘 공부하다 왔어요. 진짜루"

         

        "그래 됐다. 들어가서 밥먹자"

         

        "진짜루 공부하다 왔는데..."

         

하지만 엄마는 믿지 않으시는것 같습니다. 나는 집에서 저녁밥을 먹고 책상앞에 앉았습니다.

연수네처럼 의자가 있는 책상은 아니지만 오늘 공부했던 산수책을 꺼내놓고 나도 복습을

했습니다. 연수가 했던말들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잘 생각나지 않는것도 있지만

책을 보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됐습니다.

이런게 복습인가 봅니다.

 

은경이가 누렁이와 밤마실 가자고 내 방문을 열었다가 책상에 앉아있는 나를 보고는 물어봅니다.

 

        "오빠 뭐해? 누렁이랑 밤마실안갈래?"

         

        "나 공부하는 중이야"

         

        "치... 오빠가 무슨 공부?"

         

        "넌 학교다녀와서 복습도 안하니?"

         

        "복습? 그게 뭔데?"

         

        "넌 나중에 커서 뭐가 될건데?"

         

        "나? 글쎄... 몰라..."

         

        "넌 그런것도 없냐? 사람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거야, 알았어?"

         

        "치... 밤마실 가기 싫으면 관둬. 나 누렁이랑 갔다 올께"

 

나도 나가고 싶은것을 꾹 참고 산수책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산수책속에 연수 얼굴이

보이는것 같습니다. 나한테 하나하나 열심히 가르쳐주던 연수얼굴이 떠오릅니다.

나도 이제부터 복습을 열심히 잘 하면 내가 하고싶은 화가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 문제는 아까 연수가 어떻게 풀었었는지 잘 생각이 안납니다.

 

계속



2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