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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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1-12 ㅣ No.7930

엄마가 방문을 열어보시고는 이상하시다는 듯이 물어보십니다.

 

        "참 별일도 다있네... 민우 네가 웬일이니?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다하구?"

         

        "공부를 열심히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될수 있다고 그랬어요"

         

        "그래? 누가 그러던? 선생님이 그러시던?"

         

        "선생님이요? 아... 네..."

         

잘못하면 연수가 말했다고 할뻔 했습니다. 엄마는 다시한번 나를 쳐다보시더니 고개를

갸우뚱 거리시면서 나가셨습니다. 조금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팠지만 조금만 더 하면

오늘 연수와 같이 공부했던 산수는 복습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다음날 학교를 가는길에 일만이를 만났습니다. 일만이는 아마 세수도 하지 않고 학교로

가는것 같습니다. 눈에 눈꼽이 붙어있습니다.

 

        "너 세수 안했지?"

         

        "어... 어 그거 어떻게 아냐?"

         

        "난 점쟁이잖아..."

         

        "그래? 그럼 내가 나중에 뭐가 될지도 알려줘라"

         

        "넌 집에가서 복습하냐?"

         

        "복습? 그게 뭔데"

         

        "그럼 넌 나중에 거지 될꺼야"

         

        "정말?"

         

        "그러니까 너두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복습해"

         

        "그러는 너는?"

         

        "난 물론 복습하지"

         

        "우와... 넌 그럼 훌륭한 사람 되겠다"

 

아마 나는 일만이보다는 조금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겁니다. 복습을 일만이보다

먼저 시작했으니까요.

학교 산수시간이 되었습니다. 어제 연수와 같이 공부했던것을 선생님은 다시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자... 이 문제 풀어볼사람?"

 

선생님께서 칠판에 산수문제를 쓰시고 우리들에게 물어보셨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민우야. 저문제 못풀어? 우리 어제 같이 풀었던 문젠데"

         

        "나두 알아. 그런데 내가 정말 나가서 풀 수 있을까?"

         

        "그럼 당연하지..."

 

연수가 나를 보면서 활짝 웃어주었습니다. 연수가 풀수 있다면 정말 풀 수 있을것 같습니다.

나는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셨습니다.

 

        "그래 민우가 한번 풀어보자"

 

우리반 애들이 모두 칠판으로 나가는 나를 보고 웃었습니다. 그런 애들을 선생님은 조용히

키시셨습니다. 이건 분명히 어제 풀었던 문제입니다. 연수랑도 풀었고 집에가서 내가

복습 하면서도 풀었던 문제입니다.

 

나는 천천히 어제 풀었던것을 기억하며 백묵을 손에 쥐고 조금씩 문제를 풀어나갔습니다.

옆에서 나를 보고 계시던 선생님께서 빙그레 웃으십니다.

중간에 잘 생각이 나지 않아서 풀었던 문제를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처음부터 풀었지만

문제를 다 풀고 분필을 놓은 다음 뒤로 돌아 연수를 쳐다 보았습니다.

연수는 나를 보면서 밝게 웃으면서 혼자만 조용히 박수를 쳐주고 있었습니다.

히히, 내가 푼 문제가 맞았는가 봅니다.

 

        "잘했어 민우야... 민우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구나"

         

        "복습했어요. 훌륭한 사람이 되려구요"

         

        "그래... 앞으로 계속 그렇게하면 정말 훌륭한 사람이 될꺼야"

 

교실 아이들이 모두 내가 문제를 푸는걸보고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일만이는 신기하다는

듯이 내 자리로 돌아가는 나를 쳐다봅니다.

 

        "그것봐, 민우 넌 풀 수 있다구 했잖아"

         

        "어제 네가 도와줘서 풀 수 있었어"

         

        "이번 시험도 이렇게 공부하면 잘 볼 수 있을꺼야"

         

        "정말 그럴까?"

         

        "그러엄~"

 

산수시간이 끝나고 일만이가 나를 보며 놀랍다는듯한 표정을 하고 물어봅니다.

 

        "너 정말 복습하니까 저 문제 풀 수 있었던거야?"

         

        "그렇다니까"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민우가 공부를 다 했다니..."

 

나는 괜히 조금 우쭐해져서 다음시간 배울 자연책을 책상위에 펼쳐 놓았습니다. 자연도 잘

못하는 과목이지만 이것도 복습을 잘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겁니다.

 

 

어느새 운동장에 은행나무들에 낙엽은 모두 떨어지고 없습니다. 날씨도 꽤 쌀쌀해졌습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입에서 입김이 나는것도 보입니다. 학기말 시험도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엄마는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실 때 마다 ’돌아가신 네 아버지가 아시면

춤추면서 다시 일어날 일이네’ 그러십니다.

어려운 과목들은 연수가 많이 알려줬습니다. 이번 시험은 아주 잘 봐서 엄마도 기쁘시게

해드리고 연수도 기쁘게 해줄 생각입니다. 내가 시험을 잘 보면 아마 연수도 좋아할겁니다.

 

내 공책뒤에 늘 그리던 마징가 제트는 이제 더이상 그리지 않습니다. 대신에 우리집 누렁이랑

엄마, 우리동네 뒷산같은걸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화가가 되려면 그런걸 잘 그려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미술시간에도 그림을 그리면 선생님께서 많이 칭찬해 주셨습니다. 나는 그냥 내가 보는 그대로

그리는 것 뿐인데 선생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칭찬해 주십니다.

어제 미술시간은 부모님 그리기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우리 엄마를 그렸습니다. 햇볕에

많이 탄 검은 얼굴하고 눈 밑에 주름이 생각나서 내가 기억나는대로 그렸습니다.

그리고 늘 축 쳐진 엄마의 어깨가 싫어서 어깨는 씩씩하게 그렸습니다.

어제도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습니다. 옆에서 연수도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면서 참 잘 그린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난 그냥 그리는건데 뭐... 잘그리는지도 모르겠어"

         

        "아냐... 참 잘 그리는데... 너희 엄마 이렇게 생기셨어?"

         

        "응... 좀 얼굴에 주름이 많으셔. 고생을 좀 많이 하셨거든..."

         

        "나두 너희 엄마 뵙고 싶다. 집에서 키우는 개 이름이 누렁이라고 했지?

        그 누렁이도 보고싶고"

         

        "......"

 

하지만 연수를 우리집으로 데려오기는 싫었습니다. 연수네집은 아주 잘 살아서 우리집같이

못사는 집에오면 연수는 싫어할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런때는 우리집이 못사는 것이

조금 속상합니다.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마음은 속상합니다.

 

        "내 얼굴도 언제 한번 그려줄래?"

         

        "정말? 그런데 전에 약속한 로보트 그림도 못그려줬는데..."

         

        "그럼 로보트 그림 대신 내 얼굴 그려주면 되잖아..."

         

        "지금은 내가 잘 못그리니까 많이 연습해서 잘 그려줄께"

         

        "그래... 꼭이다?"

 

연수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습니다. 어쩌면 로보트 그리는것 보다 연수 얼굴 그리는게

더 힘들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수가 부탁하는거라 꼭 그려주고 싶었습니다.

 

연수와 같이 공부해서 시험은 지난번 보다 훨씬 잘 봤습니다. 선생님도 아주 많이 칭찬해

주셨습니다. 겨울 방학식날 성적표를 나눠주었습니다. 다른 애들은 모두 풀이 죽었지만

나는 아주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난번 시험은 55명 중에 44등이었는데 이번엔 56명중에

21등을 했습니다. 나는 따로 선생님께 불려나가 반 아이들의 박수도 받았습니다.

연수도 아주 크게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연수야 고마워. 다 네 덕분이야"

         

        "아냐... 민우 너는 원래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같아"

         

        "정말?"

         

        "그럼... 나중에 선생님이 될 내가 보는 눈이 정확하지... 호호"

         

        "그럼 우리 서로 성적표 바꿔보기 하자"

         

        "성적표?"

         

        "응"

 

나는 연수에게 내가 성적이 많이 올라갔다는것을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연수가

더 좋아할것 같았습니다.

 

        "딱 3초만 보고 다시 돌려주는거야. 알았지?"

         

        "그래 알았어"

         

        "그럼 시작한다. 하나, 둘, 셋"

 

우리는 일제히 서로의 성적표를 보았습니다. 나는 연수의 성적표를 보는 대신 연수가 내

성적표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보았습니다. 연수는 조금 걱정이 되었는지 조금 인상을

찌푸리고 내 성적표를 펴 보더니 이내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야... 민우 정말 많이 올랐네?"

         

        "그렇지? 헤헤..."

 

나도 잠깐 연수의 성적표를 보았습니다. 연수는 1등이었습니다. 나보다 훨씬 공부를

잘했습니다.

 

        "연수 너는 나중에 분명히 선생님이 될 수 있을꺼야"

         

        "정말?"

         

        "그럼, 1등 하는 사람은 뭐든지 될 수 있잖아"

         

        "이번엔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거야."

         

        "나두 1등 할 수 있을까?"

         

        "그럼, 물론이지..."

 

이제 오늘부터 방학입니다. 방학이 되면 연수를 보지 못합니다. 다른때는 방학을 하면

좋았는데 이번에는 별로 기분이 그렇게 좋지 못합니다. 어떻게 연수를 방학때도 볼 수는

없을까요.

 

        "연수야..."

         

        "응?"

         

        "방학때 너희집에 놀러가두 되?"

         

        "그러엄... 놀러와... 꼭..."

         

        "그래. 알았어. 꼭 놀러갈께"

 

성적표 때문에 풀이 죽었던 아이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하지만 나는 연수가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엄마에게 이 성적표를 보여드리면 많이 기뻐하실겁니다.

나는 신발주머니에서 실내와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손으로 꽉 쥐고 동산을 뛰어 집으로

달려내려갔습니다.

한손에는 신발주머니가 대롱대롱거리며 따라오고있고 또 다른 한손에는 자랑스러운 내

성적표가 펄럭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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