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화해하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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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002-07-14 ㅣ No.4327

 

여보, 미안해!

 

사랑은 용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난 가을 어떤 모임에 가기위해 함께 갈 일행을 기다렸다. 금요일이라 시외로 나가는 차들이 많았다. 일행이 늦어진다고 하기에 가을의 운치도 맛볼겸 거리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나처럼 나이가 40이 넘었을까 하는 중년이 초조한 모습으로 서성거리며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혹시 약속장소가 틀리지 않는가 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철역으로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5분간격으로 30여분 동안 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초췌한 모습의 한 여성이 나타났다. 시계를 보니 너무 늦었다는 표정은 당황스러운 가운데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누구를 만나려왔나 보다 생각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마음이 계속 쓰였다. 읽던 책을 접고 그 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혹시 5분맨과 그 여성과의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중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5분에 한번씩 나타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일까?

 

모습은 허름해 보이지만 어딘가 과묵함이 묻어나오는 진지해 보이고 잔잔한 미소를 가진 사람같아 보였다. 그리고 몇분후 두 사람은 생각한대로 서로를 찾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손을 잡고 여성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말을 돌렸다. "여보,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미안해 여보, 회사일이 늦게 끝나서 말이야.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어요?" 아내은 남편이 걱정이 되는지 끼니부터 걱정을 한다. "식사는 잘 하세요" "여보, 걱정하지 말아여. 우리 회사가 조금만 지나면 정상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오. 당신하고 아이들 고생시켜서 미안해요. 여보, 저 건너가서 요기라도 합시다." 자리를 뜨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IMF에 회사가 부도가 나서 생긴 이산가족인 것 같았다.

 

5분만에 한번씩 계속 두리번거리던 그 남자의 늦게 나타난 아내에게 자신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하는 그 모습에 가정을 사랑할 줄 알고 아내를 사랑할 줄 아는 남성이라고 생각하며 빨리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족이 함께하는 생활이 되도록 빌었다. 작은 일에도 배려하는 남편, 잠시라도 아내가 기다린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비록 어려운 처지에 떨어져 살지만 그러한 마음은 언제인가 행복하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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