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마음

인쇄

김미영 [whitemy] 쪽지 캡슐

2000-08-14 ㅣ No.6533

 

 

 마음

 

 도종환 님(시인)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았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였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만치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둘째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성과도 같았다. 셋째와 그는 특히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넷째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늘 하녀 취급을 받았으며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했지만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의 뜻에 순종하기만 했다.

 

 어느 때 그가 머나먼 나라로 떠나게 되어 첫째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러나 첫째는 냉정히 거절했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 둘째에게 가자고 했지만

 둘째 역시 거절했다.

 첫째도 안 따라가는데 자기가 왜 가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셋째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셋째는 말했다. “성문 밖까지 배웅해 줄 수는

 있지만 같이 갈 순 없습니다.”

 그는 다시 냇째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는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 머나먼

 나라로 떠나갔다.

 

 

 

 <잡아함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의 머나먼 길은

 저승길을 말한다. 그리고 아내들은 살면서 아내처럼

 버릴 수 없는 네 가지를 비유하는 것이다.

 

 첫째 아내는 육체를 비유한다.

 육체가 곧 나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죽게 되면 우리는 이 육신을 데리고 갈 수 없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얻은

 둘째 아내는 재물을 의미한다.

 든든하기가 성과 같았던 재물도

 우리와 함께 가지 못한다. 셋째 아내는 일가 친척,

 친구들이다. 마음이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이들도 문 밖까지는 따라와 주지만 끝까지

 함께 가 줄 수는 없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를 잊어버릴 것이다.

 

 넷째 아내는 바로 마음이다.

 살아 있는 동안은 별 관심도 보여 주지 않고

 궂은 일만 도맡아 하게 했지만 죽을 때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마음뿐이다.

 어두운 땅 속 밑이든 서방정토든

 지옥의 끓는 불 속이든

 마음이 앞장서서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살아 생전에 마음이 자주 다니던 길이 음습하고

 추잡한 악행의 자갈길 이었으면 늘 다니던 그

 자갈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고,

 선과 덕을 쌓으며 걸어다니던

 밝고 환한 길이면 늘 다니던 그 환한 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업을 짓느냐가 죽고 난 뒤보다 더 중요하다.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4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