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마더 데레사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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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이 [songei91] 쪽지 캡슐

2001-04-03 ㅣ No.5727

 

 

누가 풀잎으로 다시 눈뜨랴   

 

 

 

늙어갈수록 아름다와지는 얼굴이 있습니다.

강물처럼 여기저기 패인 주름살도 그리 흉이 되기는

커녕 ’그 사람’과 아주 잘 조화가 되어 상대자의

얼굴을 포근하게 해 주는 그런 얼굴.

쭈글쭈글한 뺨도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고,

안개가 낀 듯 먼 곳을 자주 바라보는 두 눈동자도

따스하게 보이는 얼굴.

마치,무수한 바람을 맞고 나서 오히려 의젓하고 꼿꼿하게

일어서는 나뭇가지 처럼, 그 얼굴은 사랑과 위엄에 가득

차 있습니다. 어떤 화장 기술로도 침범 할 수 없는 얼굴,

어떤 젊은 미인의 눈빛으로도 흉내내 볼 수 없는

깊은 바다 같은 눈.

마더 데레사, 데레사 수녀의 주름투성이 얼굴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아름다운 얼굴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현실의 기준으로 볼 때 데레사 수녀는 결코

아름다운 여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부자도 아니었습니다.

알바니아계의 농사꾼 부모로부터 공산국가 유고슬라비아

에서 태어난 지극히 평범한 여자였습니다.

특히, 농가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외모는 거의

무뚝뚝해 보였고 매정스러워 보이기 까지 했습니다.

거기에 너무 큰 입, 거친 살결은 그녀로 하여금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와 몇 분이라도 상면한 사람은

그녀에게서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받고 개중에는 눈물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녀의 눈에서는 한없이 따스한 빛이 넘쳐

나왔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그어진 주름살 하나 하나에서는

마치 강물이 산들 바람에 출렁이는 것처럼

훈풍이 불어왔습니다.

손마디가 툭툭 불거진 수수한 손, 그러나 한없이

다정한 손, 그 손으로 그녀는 병든 사람들의

어깨를 만져주고 가난한 아이들의 뺨을

어루만졌으며, 헐벗은이에게 옷을 입혀 주고

그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도를 보냈던 것입니다.

그녀의 늙은 주름투성이 얼굴은 그 어떤

미녀의 놀랍게 균형잡힌 얼굴보다 더한 빛을,

사랑의 빛을 내뿜었던것입니다.

 

                    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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