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벗 하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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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이 [songei91] 쪽지 캡슐

2001-04-24 ㅣ No.5946

 

벗 하나 있었으면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 그리메처럼

어두어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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