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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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1-03 ㅣ No.7894

밤새 연수에게 줄 그림을 그렸지만 마음에 드는 그림이 없었습니다. 오늘 연수에게 꼭

주고싶었는데... 아무래도 연습을 조금 더 해서 줘야 할것 같습니다. 연수가 실망하면

어떻게 하죠?

아침에 연수를 만나자마자 사실대로 말해버렸습니다.

 

        "미안해... 오늘 그려주겠다고 했던 그림... 어제 집에서 그렸는데

        잘 안되서.... 다음에 주면 안될까?"

         

        "그래, 괜찮아. 대신에 어제 내가 가져간 그림 대신 가지고 있으면 되지 뭐"

         

        "고마워"

         

        "아냐... 대신 꼭 그려줘야돼?"

         

        "그래. 알았어"

 

다행히 연수도 많이 실망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빨리 멋있는 그림으로 그려 줘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소풍갈때 너희 동네 지나서 가니?"

         

        "응, 우리 동네 뒤에 있는 산이거든"

         

        "잘됐다"

         

        "뭐가?"

         

        "보구싶어, 너희집"

         

        "우리집? 왜?"

         

        "그냥 보구싶어"

 

하지만 나는 소풍을 가지 않습니다. 연수에게 나는 소풍을 가지 않을거라고 얘기할까

생각하다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도 같이 소풍을 가고는 싶지만 이번에도 꾹 참아야

합니다. 뭐 까짓거 다음에 따로 혼자 산으로 소풍가면 되죠 뭐.

그런데 왜 연수가 우리집을 보구싶어하는걸까요? 그렇게 잘사는 집도 아닌데.

연수네집은 분명히 우리집 보다는 잘 살고 있을겁니다. 연수가 사는 동네는 우리동네처럼

시골이 아니라 극장도 있고 큰길도 닦여있는 읍내입니다. 아마 우리집을 보면 연수는 실망

할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연수를 우리집으로 초대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럴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무슨생각을 그렇게 골똘이 해?"

         

        "아냐, 아무것두... 그런데 읍내에서 학교까지는 어떻게 와? 꽤 멀텐데"

         

        "아저씨가 차를 태워주셔. 아침에 집에서부터 학교 앞 큰길까지. 그런데 왜 물어봐?"

         

        "아냐... 그냥..."

 

연수는 처음 전학올때 보았던 그 차를 타고 매일 학교로 오는가 봅니다. 어쩌면 연수가

학교부터 우리집에 가는것은 너무 멀어서 힘들어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한번 연수를 꼭 초대하고 싶습니다.

 

소풍날이 다가올수록 아이들은 신나서 서로 재잘거립니다. 올해는 아마 반대항 장기자랑도

있는것 같습니다. 오후 학급회의 시간에 장기자랑에 나갈 아이들을 뽑는다고 투표를 합니다.

앞자리에 앉은 일만이가 나를 보고 눈짓을 합니다. 일만이는 아마 이번에도 내가 소풍을

가지 못한다는것을 알고 있을겁니다. 예전에도 그랬으니까요...

 

학급회의가 끝나고 일만이가 살짝 나에게 오더니 묻습니다.

 

        "너 이번에도 안갈꺼야?"

         

        "내가 소풍가는거 원래 안좋아하잖아"

         

        "나두 알어 임마, 니가 왜 그러는지... 그런데 이번엔 꼭 가면 좋은데...

        너랑나랑 홀쭉이와 뚱뚱이 장기자랑하구 싶었는데.."

         

        "미안하다. 다른 애 찾아봐"

         

        "너 임마 연수한텐 얘기했어?"

         

        "연수? 아니..."

         

자리에 앉아 다른 여자애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는 연수를 쳐다보았습니다. 씨이, 나두 연수랑

같이 소풍가고 싶습니다. 다른때는 안가도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사실 꼭 가고

싶습니다. 가면서 우리동네도 소개시켜주고 우리집 앞에서 누렁이에게도 인사를 시키고

싶었습니다.

 

        "야! 한민우, 선생님이 좀 오래"

         

        "나?"

 

교무실엘 갔던 반장이 들어오면서 나를 보고 이야기 합니다. 선생님이 왜 부르시는지

알것 같습니다.

역시나 선생님께서는 왜 소풍 가지 않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나는 그냥 이런저런 변명을

해가면서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래, 민우 다음엔 소풍 꼭 같이 가자?"

         

        "네에..."

 

괜시리 어깨에서 힘이 쭉 빠졌습니다. 그냥 엄마를 졸라서라도 이번 소풍을 간다고 해볼까요?

하지만 걱정하실 엄마 얼굴이 떠 올라서 그러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교실로 돌아가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연수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봅니다.

 

        "선생님이 왜 부르셨는대?"

         

        "아냐 아무것두... 그냥 공부 열심히 하라구"

         

        "응...."

 

집으로 동생 은경이와 같이 돌아왔습니다. 은경이는 나보다 연수에게 먼저 쪼르르 달려가서

아는척을 했습니다. 연수도 은경이를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오빠?"

         

        "왜?"

 

동산을 넘어 집으로 오는 길에 은경이가 불쑥 물었습니다.

 

        "오빠는 왜 맨날 소풍같은건 안가?"

         

        "별루 재미없어서... 맨날 똑같은데만 가구..."

         

        "그치? 좀 다른데로 갔으면 좋겠어. 맨날 우리동네 뒷산만 가구...

        그래도 난 좋던데... 김밥도 먹구, 그날은 과자두 맘껏 먹을 수 있구..."

         

        "난 이제 그런거 싫다..."

         

        "치이... 정말?"

         

        "그렇다니까..."

 

은경이는 소풍갈 생각에 들떠있는가 봅니다. 나도 갈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을로 들어섰을 때 옆집아줌마와 뭔가를 이야기하시는 엄마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손에는 뭔가가 쥐어져 있었고 엄마는 계속 옆집 아줌마에게 연신 고맙다고 말하고

계셨습니다. 나는 엄마가 옆집 아줌마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엄마는 옆집 아줌마에게 은경이 소풍준비를 할 돈을 꾸고 계시는 걸겁니다.

 

        "엄마~"

         

        "너희 오는구나. 공부 잘했어?"

         

        "네..."

 

일부러 엄마가 들으시라고 크게 대답했습니다. 엄마 팔짱을 끼고 쪼르르 달려가는 은경이가

오늘은 조금 부럽습니다.

 

 

소풍가는날은 이상하게 잠자리에서 일찍 일어났습니다. 평소보다 한시간은 일찍 일어난것

같습니다. 더 자려고 자리에 누워봤지만 잠은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리에서 뒤척이다 대문밖으로 나가보았습니다. 누렁이도 잠에서 밤금 일어났는지

하품을 크게 하면서 나에게로 어슬렁거리며 걸어왔습니다.

 

        "누렁아 잘잤어?"

         

        "끼잉..."

         

        "오늘 다른애들은 좋겠다... 그치? 소풍도 가고..."

         

        "끼잉..."

 

누렁이가 나는 왜 안가냐는 듯이 쳐다봅니다.

 

        "나두 가고싶긴 하지..."

 

누렁이를 한번 쓰다듬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우리

동네를 지나서 소풍을 가겠지요? 그때까지는 방에서 나오지 말아야 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들키면 안될테니까요.

은경이는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과 사이다 한병을 담아가지고는 신나는지 뛰어서 학교로

향했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후다닥 은경이가 대문을 결고 뛰어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곧 엄마가 내 방으로 들어오셨습니다.

 

        "민우야..."

 

엄마가 나보기 미안하셨는지 나즈막히 내 이름을 부르십니다.

         

        "엄마, 오늘 밭일할거 많지 않아요? 학교도 안가는데 내가 도와주면 엄마 편하잖아"

         

        "민우야..."

 

이렇게 말하고 먼저 방에서 나갔습니다. 하지만 대문밖으로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오전을 방안에서 책을 보는둥 마는둥 하다가 연수에게 그려줄 그림을 그려보다가 하면서

집안에서 보냈습니다.

아침나절에 왁자지껄 아이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렸습니다. 선생님들이 부시는

호루루기 소리도 들렸습니다. 그 소리에 맞춰서 아이들은 즐거워했습니다.

아마 연수도 그곳에 있었을겁니다. 내방 창문을 조금 열어서 밖을 보았지만 우리반은 벌써

지나갔는지 다른반 아이들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열어볼껄...

 

아이들이 모두 지나가고 나서 오후가 되어 엄마와 함께 밭일을 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큰 소쿠리를 가지고 밭에나가 주먹만한 돌들을 솎아 냈습니다. 두세번 정도 소쿠리를 비웠더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땀을 닦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뒷산을 보았습니다.

아마 연수와 아이들은 저곳에서 반별로 장기자랑을 하면서 재밌게 놀고 있겠지요?

이번 장기자랑에 내가 나가서 연수에게 보여주었으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솎아낼 돌맹이들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엄마를 도와서 계속 돌을 골라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해가 뉘엿뉘엿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가 될것 같습니다. 슬슬 자리를 정리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엄마는 아직 일을 끝내실

생각이 없으신가 봅니다.

 

이윽고 저쪽에서 아이들의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마 소풍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모양입니다.

나는 황급히 밭에서 나와 집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혹시나 연수가 나를 보면 안되니까요.

우르르 아이들이 몰려 내려왔습니다. 나는 문간에 서서 아이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반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나는 문 뒤로 몸을 더 숨겼습니다.

지나가는 아이들 가운데 연수가 보였습니다. 여자애들과 호호 웃으며 가방을 메고 우리

옆집을 걸거아고 있었습니다. 곱게 두개로 딴 머리가 찰랑거립니다. 전학올 때 입었던

흰 원피스를 입고 있습니다. 나는 반가워서 뛰어나갈 뻔 했습니다. 그러다 아차하는 생각이

들어 참았습니다. 나는 그냥 지나가는 연수를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은경이가 산에서 내려오다 나와 밭에있는 엄마를 보았는지 후다닥 뛰어옵니다.

 

        "오빠... 여기서 뭐해?"

 

나를 향해 뛰어오는 은경이 소리에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봅니다. 그 속에서 연수도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순간 나는 연수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그리고는 급하게 대문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하필 그때 은경이가 올건 뭐라죠? 연수에게 들켜버리고 말았습니다. 내 손에는 밭에서 일할때

들고있던 호미가 아직도 들려있습니다.

 

        "오빠... 왜 들어가?"

         

        "넌 왜 날 부르고 그래?"

         

        "왜? 오빠가 보이길래 부른건데... 안돼? 부르면?"

         

        "몰라"

 

나는 손에 들고있던 호미를 땅바닥에 내팽겨처 버렸습니다. 이런 모습을 연수에게 보이고

말았습니다. 은경이는 무슨일인지 영문도 모른채 나를 멀뚱멀뚱 쳐다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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