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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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1-04 ㅣ No.7898

영문도 모르고 은경이는 버럭 화는 나를 보고 놀랐는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심하게 한것 같습니다. 하긴 은경이가 잘못한건 없습니다. 그래도 연수가 이런

내 모습을 보았으니 분명히 나에게 실망했을겁니다.

 

        "오빠... 왜애? 내가 뭐 잘못했어?"

         

        "아냐..."

         

        "그런데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구 그래?"

         

        "아냐... 아무것두"

         

        "오빠 오늘 소풍 못가서 화나서 그러는거야?"

         

        "그래..."

         

        "그러니까 오빠두 가자니까... 얼마나 재미있었는데..."

         

        "너나 가..."

 

문을 쾅 닫고는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자꾸만 아까 연수가 나를 보았던 그 표정이 생각

납니다. 나두 소풍가서 연수랑 놀구 싶었는데. 엄마는 밭일을 마치셨는지 들어오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민우 어디 갔니?"

         

        "오빠 화나서 방에 들어갔어"

         

        "왜 화가 났다니?"

         

        "몰라. 괜히 나 보구 화내구 그래..."

         

        "그래?"

 

엄마가 삐그덕 방문을 여시더니 들어오셨습니다. 엄마의 손은 온통 흙 투성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엄마를 끝까지 도와드리지 못한게 죄송했습니다.

 

        "민우야..."

         

        "네..."

         

        "소풍 못가서 화났니? 다음엔 엄마가 민우 소풍 꼭 보내줄께"

         

        "아녜요... 소풍 못가서 화난거 아녜요..."

         

        "그래? 그럼 왜 화가 났는데?"

         

        "화난거 아녜요... 은경이가 괜히 그러는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가 바지춤에서 주섬주섬 뭐가를 꺼내시더니 나에게 주셨습니다. 꼬깃꼬깃한 500원짜리

지폐였습니다.

 

        "엄마..."

         

        "이거 민우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사고싶은거 사렴"

         

        "아녜요... 나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럼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필요할때 써... 은경이한테 얘기하지 말고, 알았지?"

         

        "네... 감사합니다"

 

엄마가 내가 우울해 하는 모습이 안쓰러우셨는가 봅니다. 괜히 엄마한테 투정부린것 같아서

죄송했습니다. 내 손안에는 엄마가 쥐어주신 500원짜리 지폐가 쥐어져 있습니다.

 

        "오빠... 뭐해? 누렁이랑 놀다오자"

         

        "응? 그래"

 

급하게 주머니에 있던 돈을 은경이 모르게 바지춤에 넣고는 은경이와 밖으로 나갔습니다.

일만이가 먼저 누렁이와 놀고 있었습니다. 누렁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안물지만

자기가 별루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막 물려고 합니다. 일만이도 몇번 물렸지만 크게 다치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누렁이와 일만이가 잘 놀고 있는것 같습니다.

 

        "야... 김일만... 오늘 재밌었냐?"

         

        "니가 있었어야 되는데..."

         

        "왜?"

         

        "우리반이 장기자랑에서 2등 했잖아... 니가와서 이주일 흉내만 내도 1등이었는데"

         

        "연수는?"

         

        "연수? 너 왜 안왔나구 물어보더라"

         

        "그래서?"

         

        "그냥 몸이 좀 아프다구 했어..."

         

        "잘했어. 역시 넌 내 친구야"

 

일만이와 은경이 그리고 누렁이와 나는 돈두렁을 지나 앞산 중턱까지 뛰어 올라갔습니다.

그곳에 있는 거북바위까지 누가 먼저가나 내기를 했습니다. 제일먼저 누렁이가 뛰어

올라가서 컹컹 짖습니다. 내가 2등을 했습니다.

 

거북바위에 올라오면 아랫 마을이 다 보입니다. 지난번 아이들과 이곳에 올라와서 놀때

버리고간 나무총이 아직 그대로 있습니다. 거북바위에 올라오면 우리 동네도 보이고

작은 언덕 너머로는 연수가 살고있는 읍내도 보입니다. 그곳은 우리동네처럼 논이나

밭은 없고 대신 극장같은 건물들이 많습니다. 전에 엄마랑 한번 나가보았을 때 재미있는

구경을 많이 했었는데 연수는 지금 그곳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거북바위에서 모두 함께 야호를 외쳤습니다. 누렁이도 컹컹 짖었습니다.

연수에게 내 소리가 들릴까요? 연수를 한번 크게 불러보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가자마자 연수가 나를 보고 물었습니다.

 

        "많이 아팠니?"

         

        "나? 아니... 이젠 괜찮아.."

         

연수의 얼굴이 약간 아쉬운 표정이 되었습니다.

 

        "어제 같이 소풍갔었으면 좋았을텐데..."

         

        "다음에 가면 되지 뭐"

         

        "그런데 어제 거기가 너희 집이니?"

         

        "응?"

         

연수가 어제 지나가면서 나를 본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나는 괜히 창피해서 그냥 대답을

얼버무렸습니다. 왜 그냥 집으로 들어가 버렸냐고 물어볼것 같아서 마음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집앞에 강아지가 이쁘더라... 우리집에도 강아지 키웠으면 좋겠는데 엄마가

        안된다구 하셔"

         

        "누렁이야. 그놈 이름이... 되게 착해... 말도 잘 듣고"

         

        "누렁이? 이름 이쁘다. 나두 그런 강아지 있으면 좋겠는데..."

         

        "내가 나중에 누렁이 소개시켜줄께"

         

        "진짜? 그런데 안물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안물어"

         

        "그런데 누렁이가 날 좋아할까?"

         

        "그럼, 당연하지"

 

내가 연수를 좋아하는걸 누렁이가 아니까 누렁이도 연수를 좋아하겠지요?

다음에 연수를 우리집으로 초대하면 누렁이도 보여주고 같이 거북바위에도 올라갈겁니다.

그래서 둘이서 재미있게 놀면 좋겠습니다.

 

4교시 체육시간이 끝나자 마자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습니다.

오늘도 우리팀이 이겼습니다. 일만이는 골대에 앉아서 공 구경도 못하고 있습니다.

수업시작하는 종소리가 들려서 우리들은 모두 후다닥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교실 앞쪽에 아이들이 웅성웅성거립니다. 아마 또 여자애들끼리 싸웠나 봅니다.

아무것도 아닌일을 가지고 여자애들은 맨날 싸웁니다.

 

        "저기 왜 저러냐?"

         

        "나두 몰라"

 

일만이도 아무것도 모른다는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돌리며 대답했습니다. 한 여자아이가

책상에 엎어져 울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우리반 부반장 혜선이가 자리에 앉아서 울고 있었고

다른 여자아이들이 혜선이 근처에 삥둘러 서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봅니다.

맨날 깍쟁이처럼 굴던애라서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샘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5교시가 시작될 시간이었지만 선생님은 들어오시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책을 펴놓고 선생님을 기다리다가 웅성웅성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혜선이는 아직도 책상에서 울고 있습니다.

 

드디어 선생님이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표정이 밝지 않으신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반에서 좋지않은 일이 있었어요..."

         

좋지 않은 일이 뭐죠? 혜선이가 우는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것 같습니다. 아직도 혜선이는

책상에서 울고 있습니다.

 

        "모두 눈 감으세요"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선생님 말씀대로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인데 수업도

시작하지 않는걸까요? 옆자리에 연수에게 살짝 실눈을 뜨고 물어봤습니다.

 

        "너 왜이러는지 알어?"

         

        "혜선이가 돈을 잊어버렸대..."

         

        "돈을?"

 

그래서 혜선이가 저렇게 울고 있었던거군요... 매일 깍쟁이처럼 굴더니 고소하다.

하지만 겉으로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어요. 혹시 지금 혜선이 돈을 가져간 사람이

        솔직히 손을 들면 아무일 없었던 것으로 해주겠어요. 누가 혜선이 돈을 가져갔는지

        손들어요"

         

눈을 감고 있어서 누가 손을 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으로 곧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는걸 알았습니다.

 

        "그럼 지금 모두 가방 들고 자기 책상위로 올라가서 무릎꿇고 앉으세요"

 

점점 분위기가 이상해졌습니다. 대체 누가 가져갔길래 말을 안하는걸까요?

옆에 연수는 무서운지 얼굴표정이 울상이 되었습니다.

 

        "괜찮아, 울지마..."

         

        "무서워..."

         

        "뭐 이깟일로..."

 

하지만 나도 사실은 조금 무서웠습니다. 누가 가져갔을까요?

앞자리부터 선생님이 아이들의 소지품을 하나하나 검사하시는것 같고 그 옆에는 혜선이가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눈을 살짝 뜨고 선생님이 어디쯤 오시나 봤습니다.

제 앞자리 일만이에게까지 오셨습니다. 나는 눈을 뜨고있는것을 들킬까봐 다시 질끈 감았

습니다.

선생님이 내 가방을 열고 이것저것을 보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혜선이가

선생님께 말했습니다.

 

        "이거예요, 선생님... 어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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