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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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1-05 ㅣ No.7899

교무실로 불려간 나는 선생님앞에 섰습니다. 혜선이가 말한것 처럼 내 500원짜리 지폐도

한쪽 귀퉁이가 잘라져 나가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돈은 정말 우리 엄마가 준 돈입니다.

 

        "민우야... 왜그랬니?"

         

        "아녜요 선생님... 제가 그런거 아녜요..."

         

        "그럼 이돈은 뭐니? 혜선이가 잃어버린 자기돈은 한쪽 귀퉁이가 조금 찢겨져

        나갔다고 했거든... 그런데 이 돈도 그런데..."

         

        "아녜요... 이 돈은 우리 엄마가 준 돈이란 말예요. 정말이예요..."

         

        "정말이니?"

 

정말 답답했습니다. 이돈은 정말 엄마가 준 돈입니다. 내가 소풍가지 못해서 우울해 하는

모습을 보신 엄마가 바지춤에서 꺼내 주신 돈입니다. 나는 잊어버릴까봐 일부러 가방 깊숙히

넣어두었었습니다. 이 돈은 정말 내 돈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렇게 믿지 않는것

같습니다.

제 뒤에 서있는 혜선이는 계속 저를 노려봅니다. 아냐... 정말 내가 가져간거 아니란 말야.

 

        "민우야... 500원이나 되는 돈을 정말 엄마가 주셨니?"

         

        "네... 정말이예요... 우리 엄마가 주셨단 말예요..."

         

        "그래? 그럼 내일 엄마 학교로 좀 오시라고 말씀드려라, 알았지?"

         

        "네..."

 

아마 내일 엄마가 오시면 다 밝혀질겁니다. 엄마가 준 돈이란것을...

 

교실로 돌아가서 풀이죽어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아이들 모두 나를 보고 숙덕숙덕 거립니다.

난 잘못한것 없는데 내가 도둑놈이 되어버렸습니다. 혜선이가 밉습니다. 그돈은 내돈입니다.

연수랑 학교앞에서 떡복이를 먹고 싶었는데... 그 돈은 내돈입니다. 정말입니다.

 

        "야, 정말 니가 가져갔냐? 왜그랬냐?"

         

        "너 내 친구 맞냐?"

         

일만이까지 나를 의심하나 봅니다. 친구를 못믿다니.

 

옆자리에 연수가 걱정되는듯이 나를 쳐다봅니다. 연수도 나를 의심하겠지요?

연수를 쳐다보지도 못할것 같습니다. 난 아무죄도 없는데...

 

        "민우야... 난 네가 안그런거 알아"

         

        "진짜?"

         

        "너 체육시간 내내 축구한거 나두 잘 알아. 내가 봤는걸"

         

        "고마워..."

 

그래도 연수만큼은 나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아이들은 모두 나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앞자리에 혜선이는 계속해서 나를 째려봅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 모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는 오늘 청소당번이라서 교실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연수도 있었습니다.

청소가 끝날쯤 되서 줄반장이 선생님께 청소검사를 받으러 교무실로 갔습니다. 아이들 모두

걸레를 집어던지며 놀고 여자아이들은 공기놀이를 하며 놀았지만 나는 자리에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자꾸만 500원 생각이 났습니다.

 

        "야, 한민우, 선생님이 교무실로 좀 오래.

        그리고 청소검사 받았으니까 나머진 가두 된대..."

 

청소검사를 받고 돌아온 줄반장이 저를 찾았습니다. 왜 또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걸까요

아이들 모두 우르르 뛰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교무실로 향했

습니다.

 

교무실 문을 삐꺽 열고 꾸벅 인사를 하고는 선생님이 계신곳으로 갔습니다.

선생님은 뭔가를 열심히 쓰시더니 내가 꾸벅 인사를 하는것을 보시고는 하던일을 멈추시고

나를 쳐다보셨습니다.

 

        "민우 왔니?"

         

        "네..."

         

        "아까 혜선이가 다녀갔었단다..."

         

        "......"

         

        "혜선이가 자기돈을 찾았다더구나. 책상 속 깊이 넣어둔것을 깜빡 잊어버렸다고

        하더구나..."

         

        "......"

 

그런데 갑자기 푹 숙인 고개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습니다. 아마 선생님은 못보셨을겁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교무실 바닥에 떨어진 내 눈물을 보고있었습니다.

그것봐요, 그돈은 내 돈이라니까요...

 

        "민우가 평소에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다닐것 같이 않아서 선생님도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민우에게 참 미안하게 됐구나..."

         

        "......"

         

        "민우 마음 많이 상했더라도 꾹 참을 수 있지? 선생님이 민우에게 미안하구나"

         

        "......"

 

그동안 눈물이 한방울 더 떨어졌습니다. 내 돈을 찾았는데 왜 바보같이 눈물이 떨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매일 돈때문에 힘들어하시는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나도 압니다. 엄마에게 이 500원이 작은돈이 아니라는것을 나는 잘 압니다.

얼마전에 엄마는 가게에서 콩나물을 사시면서 20원을 깎으려고 주인아줌마와 실랑이를

버리는것을 보았습니다. 엄마는 20원때문에 그렇게 고생하셨는데 이 500원은 정말 엄마에겐

큰 돈이라는것을 압니다.

 

        "내일 엄마 오시지 않으셔두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구... 알았지?"

         

        "네에......"

 

부잣집에서 사는 혜선이에게는 500원이 큰돈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겐, 그리고

우리 엄마에겐 500원은 큰돈입니다. 나는 그 돈을 빼앗길까봐 무서웠습니다. 내가 도둑으로

몰리는것은 참을 수 있지만 우리 엄마가 주신 돈을 빼앗길까봐 걱정했습니다.

선생님에게 다시 받아든 500원을 내 바지주머니속에 넣고 손으로 꼬옥 쥐었습니다.

 

돈을 찾아서 기뻐야 할것 같은데 기분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씨이... 왜 자꾸 눈물이

나려구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나중에 정말 부자로 살겁니다. 그래서 돈두 많이 벌구

그렇게 살겁니다. 꼭 부자로 살겁니다.

 

        "민우야..."

 

교무실에서 나와 운동장으로 나서려는데 뒤에서 연수가 불렀습니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눈물을 옷소매로 훔치고 뒤를 돌아 보았습니다. 연수가 교무실에 갔던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봅니다. 아이들은 모두 돌아갔는지 교실안은 조용했습니다.

 

        "무슨일이야? 선생님이 왜 부르셨어?"

         

나는 아무말 없이 주머니에 있는 500원짜리를 꺼내어 연수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어, 500원이네? 이거 네돈이지? 그치? 혜선이가 잘못생각한거지? 내 말이 맞지?"

         

        "혜선이가 자기돈을 찾았대..."

         

        "참 다행이다. 그것봐, 내가 뭐라구 했어. 난 민우 네가 그러지 않았다는걸

        알고 있다고 했잖아..."

         

        "그래... 고마워..."

 

훌쩍 눈물때문에 막혔던 코를 들이 마시고 연수와 운동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연수는 정문으로 그리고 나는 후문으로 갑니다.

 

        "참, 연수야..."

         

        "응?"

 

집으로 돌아가려는 연수를 불렀습니다.

 

        "너 떡볶이 좋아하니?"

         

        "떡볶이? 응... 좋아해.. 그런데 왜?"

         

        "내가 떡볶이 사줄께..."

         

        "정말?"

 

연수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습니다. 입은 활짝 웃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문앞에 있는

떡볶이 집에 들어갔습니다. 떡볶이 판에는 벌써 지글지글 맛있는 떡볶이가 끓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떡볶이 2인분을 시켰습니다. 뜨거운데도 우리는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야... 정말 맛있다..."

         

        "그치?"

         

        "이런 떡볶이는 처음 먹어봐..."

         

        "이런 떡볶이? 그럼 네가 먹은 떡볶이는 어떤건데?"

         

        "집에서 아줌마가 가끔씩 해주시는데 이게 더 맛있다"

         

        "그래? 좋겠다. 아줌마가 떡볶이도 해주시고..."

         

        "그런데 이거 먹어보니까 이게 맛있는걸..."

 

인심좋은 주인 아줌마가 오뎅국물도 주셨습니다. 호호 불어가며 우리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떡볶이 집을 나와 연수를 큰길 앞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너 집에 돌아가려면 한참 걸리겠다"

         

        "괜찮아 뛰어가면 금방이야..."

         

        "떡볶이 잘 먹었어..."

         

        "뭐 이정돌 가지구..."

 

머리를 벅벅 긁다가 연수와 서로 하하 웃었습니다. 아까 우울했던 기분이 많이 나았습니다.

 

        "그런데 너 시험공부는 많이 했니?"

         

        "시험공부? 시험이 언젠데?"

         

        "어머... 너 시험이 언젠지두 몰라? 다음주잖아..."

         

        "그랬나?"

 

연수에게 공부못하는것이 들킬것 같아 조마조마했습니다. 아마도 연수는 시험때가 되면

공부를 하는가 봅니다. 나는 집에 돌아가면 은경이와 누렁이랑 놀기 바쁜데...

 

        "우리 같이 공부할래?"

         

        "공부?"

         

        "응.. 서로 모르는것 가르쳐 주면서..."

         

        "그럴까?"

         

하지만 난 연수에게 가르쳐 줄 수 없을겁니다. 난 공부는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오늘 떡볶이 잘먹었어..."

         

        "그래... 조심해서 잘가... 내일 보자"

         

        "안녕"

 

연수는 가방을 매고는 집으로 걸어갔습니다. 나는 연수가 골목을 지나 보이지 않을때까지

서 있다가 연수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부리나케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있었습니다.

내 주머니에서는 떡볶이를 사먹고 남은 잔돈 10원짜리가 짤랑짤랑 소리를 냅니다.

신발주머니도 휘휘 돌렸습니다. 실내화 한짝이 또 빠져서 저 멀리 도망을 갔습니다.

다시 왔던 길을 뛰어가 실내화를 집어들고 다시 뛰었습니다.

 

연수와 같이 먹었던 떡볶이를 다시 먹어보고 싶습니다. 주머니에 있는 돈 중에서 400원은

저금을 하고 나머지 50원으로 떡볶이를 한번 더 사먹어야 겠습니다.

 

엄마에게 늦게 돌아왔다고 혼나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혼나도 기분은

좋을것 같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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