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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덕 [GEMMA77] 쪽지 캡슐

2000-07-12 ㅣ No.1732

네거리에서 바보된 사연

 

어제밤 해가 질똥 말똥할 즈음 친구를 만났다.

 

별로 자주 만나는 친구는 아니었는데 왠일인지 오늘 꼭 만나자는 것이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것 같기도해서 그 넘의 눈치를 살피며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드디어 그 넘의 속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짜잔~~!" 헛! 오토바이다.

 

새로 산 오토바이 자랑을 할려고 날 불러낸 것이었다.

 

난 애초부터 오토바이엔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허나 너무나 자랑스러워 하는 친구를 보고 그냥 지나칠순 없어 접대성 멘트를 했다.

 

"야~ 오토바이 죽이는데.. 멋찌다."

 

이 말에 뻑간 친구는 특별히 날 태워준단다. 내가 첫손님이래나?

 

별로 타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아니 사실은 타는게 두려웠다.

 

이제껏 오토바이는 커녕 텍터같은 것도 타본적 없었고 어릴적 자전거사고 이후로는 두바퀴 달린건 이유없이 무서웠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친구는 기어코 날 태우고 말았다.

 

친구에 대한 부연설명이 좀 필요한데.. 이넘은 키가 겨우 160이 조금 넘는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오토바이도 안장이 매우 낮았다.

 

나하고 키가 거의 20센티 차이날 정도니까 내가 앉으니 엉덩이가 붕 떠는 것은 당연했다.

 

아무튼 시내를 질주하게 됬고 난 무서워 그놈의 허리를 꼬옥 안았다.

 

좀 우스운 풍경이었지만 넘 무서웠기에 어쩔수 없었다.

 

네거리에서 정지신호가 와서 오토바이는 멈췄지만 난 여전히 그넘을 꼭 껴안고 있었다.

 

친구 왈 "야야~~ 다리 아프다. 다리좀 내리고 있어라."

 

그제서야 난 다리를 내리고 그넘의 허리에서 손을 땠다.

 

머쩍해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앗! 오토바이가 쏙빠져 나가버린 것이다.

 

그리고 곧 기마자세로 네거리 한복판에 서있는 날 발견했다.

 

뒤에서 차들은 빵빵거리고..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아직도 생각이 안난다.

 

내 절대로 다시는 오토바이같은거 안타리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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