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양수리 겨울 강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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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2 ㅣ No.12318

 
 
 
 

양수리 겨울 강변에서 / 하석

 

소한(小寒) 한파에 한강이 얼었다.

강 얼음 위를 하얀 눈이 덮고 있지만,

얼어붙은 강은 썰렁하기만 하다.

 

흐르는 물결로서 강은 살아 있는 듯한데

얼음판으로 변한 강은 적막하고 을씨년스럽구나.

강 위를 날아드는 새들도 보이지 않으며,

강변에 매인 배마저 꽁꽁 얼어붙어 있다.

 

눈 덮인 강변에선 참새들이 배가 고픈지

쌓인 눈 위로 솟은 마른 풀 이삭으로 소란스럽게

날아들며 풀 씨앗들을 찾으며 흩고 있다.

 

헤쳐진 물구덩이가 있는 강변의 한 빙판에는

왜가리 한 마리가 찬바람에 잔뜩 움츠러든 자세로

물속에 물고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듯 서있다.

 

물 위에는 이렇듯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도,

찬바람을 막아주는 꽁꽁 언 얼음과 쌓인 눈이 있으니,

얼음 밑 강물은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지 않겠지.

 

나무는 낙엽과 함께 빈가지에 싹눈을 남기고,

풀들은 시들었지만 지하 뿌리로 생명이 옮겨간

겨울은, 자신을 깊이 성찰하는 계절이 아닐까?

 

나무나이테에 겨울부분이 가장 단단하듯

우리 정신에도 나이테가 있다면, 아마 겨울에

가장 깊고 치밀한 사색이 자리하지 않았을까?

 

겨울 강변은 차갑고 쓸쓸하다.

온 대지가 얼어붙기도 하고, 잠든 듯도 하지만

겨울은, 그 안에 봄을 맞아할 생명을 숨기고 있다.

찬바람 부는 겨울이 있기에 생명력은 더 강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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