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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전쟁의논리, 논리의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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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우 [garden94] 쪽지 캡슐

2001-11-24 ㅣ No.2060

미국은 이제 설사 빈라덴을 잡더라도

테러와의 전쟁을 끝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세계평화를 수호한다는 미명아래

그 누구에게도 마음껏 폭탄을 퍼부을수 있다니..

답답하군요.

 

아래 퍼온글은 11.20일자 문화일보에서 본글인데요

 

잼있기도 하고

의미가 있기도 한것 같아서

한번 퍼와봤습니다.

좀 길니깐요 발췌해서 읽으세요~

 

 

 

*      *      *      *      *      *

 

 

 

<해외시론>전쟁의 논리, 논리의 전쟁

 

전쟁의 승패는 논리의 힘이 아니고 힘의 논리가 결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나름대로의 논리가 필요하다. 원래 논리라는 것은 합리성과 이성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이성을 가지고 합리성의 원칙을 따르는 사람에게는 납득이 가야한다는 객관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객관성 때문에 논리는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요즘 9·11 미국 테러사태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면 미국이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논리는 양쪽이 모두 객관성보다는 주관적 논리가 압도하고 있다. 미국의 논리는 미국의 공격의 대상이 탈레반과 빈 라덴이지 아프가니스탄의 국민도 아니고 이슬람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고 빈 라덴 집단과 이슬람을 분리하지만 이 ‘분리의 논리’가 이슬람에게는 이해가 안되는 논리다. 이슬람은 ‘분리의 논리’가 아니라 ‘종합의 논리’를 쓰고 있다. 이슬람종교나 문화의 저변에는 서구 기독교 문화와는 전혀 다르게 종합과 일치의 논리가 지배해 왔다.

 

우선 이슬람 국가들은 거의가 현대 서구국가에서 볼 수 있는 ‘교회’와 ‘국가’의 분리라는 개념이 없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안된다. 이슬람국가의 대부분은 국가의 권위가 종교의 권위 아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적 이슬람국가는 국가와 종교의 분리가 아니라 일치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슬람의 법이 국가의 법보다 우선 한다고 생각한다. 이슬람종교의 전통은 역사적으로 민주주의(democracy)가 아니라 신정주의(theocracy)를 이상으로 삼아왔다. 근대 민주 정치라든지 정·교 분리 같은 서구의 근대 국가사상은 이슬람의 관점에서 볼 때 국가가 참 이슬람의 성격을 잃어버린 세속화 내지 타락된 현상으로 본다. 그러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이슬람은 근대 서구식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는 이슬람세계에 크게 위협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슬람세계의 근대화가 어려운 점은 바로 이러한 이슬람적 사고 방식에 있다. 이슬람 역사 가운데서는 서구기독교가 경험한 16세기의 종교개혁, 18세기의 계몽주의 같은 역사가 없다. 종교개혁은 교회와 국가의 분리에 결정적 공헌을 했고 계몽주의는 인간의 이성과 양심, 그리고 합리적 사고 방식의 권위와 정당성을 구축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이 문예부흥, 산업혁명, 프랑스혁명과 더불어 서구 근대화의 근간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슬람은 서구기독교가 걸어온 것과 같은 근대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이슬람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근대화라는 것은 결국 미국화 내지 서구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러한 서구적 형태의 근대화는 이슬람의 순수성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제까지 이슬람국가들 가운데서 서구적 근대화를 시도했던 나라들이 이슬람의 극단적 근본주의자들로부터 강한 도전을 받아왔다. 그 결과로 근대화를 시도했거나 근대화를 시도하는 이슬람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은 결국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앞잡이와 국내적으로는 독재자의 운명을 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이슬람 국가들은 그들간의 형제의식이 서구 기독교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슬람계의 국가들은 국가의식보다 그들의 공유하는 종교나 언어의 공동의식이 더 강하다. 아랍어는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을 기록한 언어이며, 이 거룩한 코란은 아랍어 외의 어느 언어로도 번역될 수 없는 성스러운 경전이다. 이 언어를 공통으로 사용한다고 하는 사실이 또 하나의 유대감을 만들어준다.

 

그러기 때문에 한 이슬람 국가에 대한 공격은 이슬람 전체에 대한 공격과 구분이 될 수 없다. 이러한 논리와 종교적 풍토에서 살아온 이슬람들에게 서구식 사고 방식과 ‘분별의 논리’가 설득력을 행사할 수 없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슬람세계의 피해의식이다. 미국이 공산주의를 붕괴시킨 다음 이제는 이슬람 국가들을 없애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이 이제 명실상부하게 세계를 제패하는 국가로 군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피해의식이 이슬람세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빈 라덴을 중심으로 한 테러 집단은 이러한 피해의식을 최대로 이용하여 그 저변을 넓혀 가고 있다.

 

이러한 전체와 종합의 논리는 이슬람국가들 전체에 강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종합의 논리에서 보면 앞으로 빈 라덴은 ‘미국 제국주의’에 의하여 수난 받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영웅이 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빈 라덴 같은 집단은 아랍세계나 이슬람권뿐만 아니라 미국 세력의 세계화를 두려워하는 어떤 나라나 집단에도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미국이 전쟁에서는 빈 라덴을 이길지 모르지만 이슬람과의 논리 전쟁에서는 훨씬 더 이기기 힘들 것이다.

 

<노영찬 美 조지메이슨대교수>

 

200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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