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성당 게시판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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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섭 [77y] 쪽지 캡슐

2001-09-03 ㅣ No.3988

 

 

 

펌-_-

 

-----------------------------반성문-------------------------------

 

 

난 내 특이한 이름 덕분에 어려서 부터 많은 별명이 있었다.

 

 

고2때 붙여진 내 별명.....걸려맨-_- 만큼은 사연이 깊은 별명이다.

 

 

난 참 애연가인 관계로 보통 한두시간 빼고는 쉬는 시간마다 나가서 담배를 피기 일수였는데

 

 

참 신기하게도 우라지게 잘걸린다는 것이다.-_-

 

 

내가 보유하고 있는 기록중에는 참 신기한 기록이 하나 있다.

 

 

첫째 쉬는 시간때 담배를 피다 걸렸다. 체육선생이었는데 수업끝나고 오라고 했다.

 

 

제길...하면서 셋째쉬는 시간에 담배를 꼬나무는 찰나에

 

 

똑같은 선생한테 또 걸렸다 -_-;;

 

 

그선생은 한동안 나를 무심히 쳐다보더니 담임한테 넘긴다고 했다.

 

 

담 쉬는 시간에 단임의 부름을 받아 난 내려갔고

 

 

더럽게 맞은후 아직두 모자랐는지 끝나고 또 오라고 했다.

 

 

개같은 담탱이 새끼...라고 생각하면서 점심시간에 한대 꼴아 물고 피는순간 아까 있던 체육선생한테 또 걸린거다 -_-;;

 

 

그 체육선생은 담배피다 걸린 나보다 더놀라며 나를 한동한 (-0-;)하게 쳐다봤다

 

 

그러더니 할말을 잃고 그냥 돌아갔다.

 

 

하긴...하루에 3번이나 걸리는 왕바보를 그역시 접해보지 못했으리라...

 

 

내딴에는 봐주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던 찰나..

 

 

반장이 한마디 한다

 

 

"담임이 오래"

 

 

-_-

 

 

우리 담임 선생은 참 나쁜 성격(?)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단임이 사상 제일의 철학이라 여기는 ’노가다 정신’이다.

 

 

이 ’노가다 정신’덕분에 우리반에 한놈은 청소조금 못했다고 반년동안 주번을 했던 놈도 있었고-_-

 

 

수학 숙제(단임이 수학이다...-_-)한번 안해왔다고 10주간 끝나고 남아서 같은 숙제를 계속 되푸는 불쌍한 아이도 있었다. -_-

 

 

담임은 날 보자마자 이새끼 저새끼 개새끼 내새끼(-_-?) 하면서 뚜드려 팬다...

 

 

맞는거야 워낙 마니 맞았기에 별 걱정 안하고 편안히 맞았지만 난 뒷타가 더 두려웠다..

 

 

다때린 담임은 딱잘라서 부모님 모셔오든지 반성문을 쓰던지 하나를 정하라고 했다.

 

 

바보아냐? 당연히 반성문 쓰고 말지머~

 

 

 

 

 

 

 

 

 

 

.....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겠지만...후훗..그 반성문은...........

 

 

 

 

 

 

 

 

 

 

 

하루안에 완성해야 하는 원고지 100장 이었던 것이다..크흑....(ToT;)

 

 

 

아아...어찌 사람이 하루만에 원고지 100장을 쓸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의기 소침해 있을때

 

 

여전히 내 이야기에는 빠지지 않는 김군이 내 손을 잡으며 충고해 준다.

 

 

김군: "그새끼...읽어 보지도 않아...걱정마. 걍 대충 갈무리 해서 써"

 

 

피터: "음...그럼 어떻게 써야 빨리 쓸수 있지?"

 

 

김군: "100장을 20장씩 5묶음으로 나눈후에 똑같은 내용을 5번 쓰면돼~"

 

 

그랬다. 설마 담임이 다 읽을리는 만무했고 또 대충 넘겨본다고 해도 5묶음이 공통 된다는걸 어떻게 알아내랴!

 

 

난 20장을 겨우겨우 썼다.

 

 

"선생님죄송합니다.다시는담배를피지않겠습니다.해로운걸알면서도끊질못했습니다.앞으로열심히..."

 

 

 

20장을 넘기면...?

 

 

 

"선생님죄송합니다.다시는담배를피지않겠습니다.해로운걸알면서도끊질못했습니다.앞으로열심히..."

 

 

 

또 20장을 넘기면...?

 

 

 

"선생님죄송합니다.다시는담배를.........미안 그만할께-_-;;"

 

 

 

 

 

아무튼 어떻게 끝냈는지 기억도 안나는 원고지 100장을 들고 담임 한테 찾아갔다.

 

 

담임: "음..다썼나보군...수고했다."

 

 

피터: "예..그럼 가볼께요...전 이만.."

 

 

담임: "아냐아냐...잠깐 기달려봐.확인은 받구 가야지."

 

 

"네?-_-;;"

 

 

담임은 그자리에서 한장한장 넘기면서 글을 읽고 있다.-_-;;

 

 

난 지뢰밟은 군인마냥 그자리에 꼼짝않고 서있었고 담임은 나름대로 진지한 표정으로 2시간동안 글을 다 읽더니..

 

 

 

담임: "피터야.."

 

 

피터: "네? 꾸...꿀꺽..;;"

 

 

담임: "같은내용이...무려...무려...5번이나...반복되는...아주...

     아주...개같은 반성문 이구나.."

 

 

피터: "네...아니..-_-;;아..그..그게.."

 

 

 

담임: "괜찮다...그럴수도 있지.."

 

 

 

피터: "(아앗...?)아...네..^_____^"

 

 

 

 

 

 

 

 

 

 

담임: "내일 200장은 충실히 써오도록해라. 그럼 이만.."

 

 

허..허억;;......2...200장....-0-;;;

 

 

이젠 사람의 한계를 넘어선 양이다.-_- 역시 노가다정신에 입각한 담임다운 생각이었다.

 

 

난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피터: "그니까 김군 너는 50장, 제갈이 너는 50장, 우진이 너도 50장,나도 50장. 오케?"

 

 

합동: "미쳤니?"

 

 

피터: "얘..얘들아...한번만 도와줘..으허엉...나 도저히 못해..

      크흐윽...ㅠ_ㅠ"

 

 

 

애들은 내가 정말 착한 아인데 너무 안되었다는 생각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도와주면 한명당 일주일씩 오토바이를 빌려준다는 조건때문인 것일까.....-_-;;

 

 

우린 다같이 쓰기 시작했다.-_-

 

 

어짜피 내용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특별히 주지 시킬 내용은 없다고 생각하고

 

 

걍 죄송하다고 다신 안그런다고 대충 쓰라고 지시했다.

 

 

애들은 머리는 나쁘지만 단순하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자리로 돌아가서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한다.

 

 

 

휴...조금 마음이 놓였다... 50장도 물론 엄청난 양이지만 200장에 비할대가 아니였다.

 

 

 

담날 아침에 도착하자마자 각자 50장씩 쓴 원고(?)를 돌려받고 난 대충 짜집기 해서 담임에게 제출했다.

 

 

 

피터: "후훗...여기 200장 있습니다."

 

 

담임: "오~~다썼나보네? 호오..."

 

 

피터: ’그럼요. 남자는 한번 말한건 약속을 지키는것 아니겠습니까-_-V"

 

 

담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한채로 원고지를 읽기 시작했다.

 

 

 

아예 눌러앉을 준비를 했는지 담임은 커피잔과 커피포트를 통째로 가져와 한모금씩 먹어가며 읽고있었고

 

 

 

나 역시 안주머니에 있던 단어장을 꺼내 영어단어를 열심히 외웠다.

 

 

 

 

 

 

 

 

 

물론..농담이다.-_-;;

 

 

 

난 애들이 실수 한건 아닐까 조금 긴장을 한채 담임을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한 60장쯤 되었을 때일까....갑자기 담임은 원고지를 내팽겨치고 날 뚜드려 패기 시작했다.

 

 

 

 

 

 

아악...아니 도대체 무슨일이지?...저부분은 분명히 우진이가 쓴부분인데...아아악...

 

 

 

한 5분간 피터지게 맞은후에-_-담임은 조용히 나에게 반성문을 돌려준다.

 

 

난 받자마자 허겁지겁 읽어 보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난 보고 경악을 했다.-_- 담임이 날 안죽인게 신기했다..

 

 

 

 

 

 

 

 

 

 

 

 

 

 

 

"전 피터친구우진인데요.피터담배잘안피구여 이제끊는다니까 한번만바주시구여..."

 

 

 

 

 

에라이..누가 자기 시점으로 쓰라고 했냐....크흑..ㅠ_ㅠ

 

 

 

담임은 진정했는지 커피를 한번 들이마시고는 나에게 조용히 얘기했다.

 

 

 

 

 

 

 

 

 

 

 

 

 

담임: "내일은 천장이다..."

 

 

 

-_-

 

 

 

 

 

 

 

 

 

 

 

 

다음날 난 어머님 손을 꼬옥 붙잡고 등교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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