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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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1-02 ㅣ No.7885

다음날 아침 자리에서 일찍 일어났습니다. 사실은 발목이 밤새 욱신거렸거든요. 하지만

아픈티를 내지 않으려고 아픈 발목을 가지고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뛰어다녔습니다.

엄마는 아침부터 깨우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어났냐고 신기해 하십니다. 나는 오늘 학교에

일찍 가야할 일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침을 먹고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은경이가 오늘은 같이 가자며 급하게 신발을

신고 나를 따라나섭니다.

 

        "너 구구단 다 외웠어?"

         

        "응"

         

        "그럼 해봐"

         

        "지금?"

         

        "그래"

         

        "이따가..."

 

아직 못외운것이 확실합니다. 다시 꿀밤을 한대 때려줄까 하다가 그만 뒀습니다. 집을 나서자

누렁이가 우리를 보고 컹컹 짖어 댑니다.

 

        "안녕... 학교다녀올께..."

         

        "컹컹..."

 

우리를 보고 꼬리를 흔드는 누렁이를 한번 안아주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하늘이 맑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은 연수를 만나면 뭐라고 인사를 할까요...

 

        "오빠..."

         

        "왜애?"

         

        "이따가 오빠반으로 놀러가두 돼?"

         

        "니가 왜?"

         

        "그 언니좀 보구싶어서"

         

        "누구? 연수?"

         

        "그 언니 이름이 연수야?"

         

        "응... 황연수"

         

        "이름 이쁘다..."

         

은경이가 연수의 이름이 이쁘다고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얼굴은 이름보다 더 이쁘다.

은경이와 함께 동산을 넘어 학교로 가는길로 내리달렸습니다. 뒤에서 따라오지 못하는

은경이가 같이 가자고 소리지르며 따라옵니다. 책가방에 책들이 덜렁덜렁거립니다.

한손으로는 신발주머니를 손으로 휘휘 돌립니다. 그러다 실내화 한짝이 저 멀리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쌤통이다"

         

실내화를 주으러 가는 사이 은경이는 먼저 학교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씨이... 실내화

주머니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 실내화가 빠지지 않도록 한쪽 모서리를 들고 다시 학교로

뛰었습니다.

 

학교에는 연수가 먼저 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

 

        "야, 한민우. 지각대장이 웬일이냐?"

         

        "나두 앞으로 일찍일찍 다닐꺼다"

         

        "누구 보구싶은사람 있어서 일찍오냐?"

         

        "짜식 웃기고 있네..."

 

먼저 와있던 남자애들이 날보고 괜히 놀립니다. 분명히 내가 부러워서 저러는 겁니다.

연수는 자리에서 책을 펴 놓고 공부를 하고 있나봅니다.

 

        "안녕?"

         

오늘은 내가 먼저 인사를 했습니다. 연수가 활짝 웃으며 인사를 대신합니다.

 

        "발목은 괜찮아? 이제 안아퍼?"

         

        "그럼... 이정돈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연수가 보는 앞에서 쿵쿵 뛰어보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조금 아픕니다. 하지만

참을 수 있습니다.

 

연수가 공부하는 옆에서 나도 책을 꺼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는 잘 몰랐습니다.

책만 펼쳐놓고 공책 뒷부분에다 만화를 그렸습니다. 로켓트 주먹이 발사되는 마징가제트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공부하고있던 연수가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있었습니다.

나는 창피해서 공책을 덮었습니다.

 

        "너 그림 잘 그리니?"

         

        "그림? 아니... 잘 못그려"

         

        "그 그림은 잘 그린것 같은데? 나좀 보여주면 안되?"

         

        "이걸?"

 

망설이다가 공책을 펼쳐서 연수에게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제 공책 뒷면은 늘 로보트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야... 멋있게 생겼는데... 얘는 이름이 뭐야?"

         

        "얘는 마징가 제트야... 주먹이 발사되는거야..."

         

        "주먹이?"

         

        "응, 나쁜놈들한테 발사했다가 다시 돌아와"

         

        "신기하다... 얘는 이름이 뭐야?"

         

        "얘는 짱가..."

 

연수가 신기한듯이 제 공책을 보면서 웃습니다. 선생님이나 엄마는 내가 이런 그림을 그리면

혼내셨는데 연수는 나한테 뭐라고 그러지 않습니다. 연수에게는 다 보여줘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나두 한장 그려줄 수 있어? 멋있는걸루..."

         

        "알았어... 어떤걸루 그려줄까?"

         

        "네가 제일 좋아하는걸루..."

         

        "응... 알았어"

 

        "그리고 이거 나 지금 줄 수 있어?"

         

연수가 내 공책에 그려진 그림 하나를 가르키며 물어봤습니다.

 

        "그래. 줄께"

 

공책을 북 찢어서 연수에게 건네줬습니다. 연수는 신기한것을 받아든것처럼 좋아합니다.

연수에게 그려줄 그림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봤습니다. 아무래도 마징가제트가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이 제일 좋을것 같습니다. 그건 많이 그려봐서 자신있게 그릴 수

있을것 같습니다. 오늘 집에가는대로 멋있게 그려서 내일 전해줘야 겠습니다.

 

오전에 선생님께서 조회를 하시다 가을 소풍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에 가을소풍이니까 모두 부모님께 알려드리세요..."

 

아이들 모두 소풍을 간다는 소리에 책상을 치며 좋아합니다. 하지만 난 별로 좋지 않습니다.

사실 난 소풍을 가본적이 별로 없습니다. 국민학교 1,2학년때만 가보고 나머지 소풍은

가질 못했습니다. 엄마한테 말씀드려봤자 소풍은 가지 못하고 대신 집에서 빵 하나 먹으면서

그날을 보내곤 했습니다. 집이 가난하기도 하고 괜히 엄마한테 소풍간다고 하면 엄마가 또

이곳저곳으로 돈 꾸러 다니시는게 싫어서 그냥 내가 안가도 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번 가을소풍도 그래야 할것 같습니다.

 

        "소풍가면 어디로 가는거야?"

         

연수가 무척 기대되는지 나에게 물어봅니다.

 

        "응... 아마 우리동에 산으로 갈꺼야... 매번 그쪽으로 가거든..."

         

        "그래? 재밌겠다... 산 올라가는거..."

         

        "난 매일 올라가서 별루 재미없는데..."

         

소풍때문에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다른애들은 모두 신나서 웃고 떠들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교실 밖에서 누가 나를 불렀습니다. 은경이가 왔나봅니다.

연수를 보러 오겠다더니 정말 왔는가 봅니다.

 

        "너 진짜 왔어?"

         

        "누구야? 오빠 짝?"

         

        "잠깐만 있어봐"

 

교실로 드어가서 연수를 살짝 불러냈습니다. 무슨일인가 궁금해 하면서 연수가 따라 나왔

습니다.

 

        "내 동생이야..."

         

        "어머. 안녕? 참 이쁘다"

         

        "우리 오빠가 언니얘기 많이 했어요"

         

        "야! 내가 언제..."

         

        "그래? 이름이 뭐니?"

         

        "은경이요. 한은경. 4학년이예요"

         

        "그래... 난 황연수야. 반가워. 앞으로 만나면 친하게 지내자"

         

        "진짜루요?"

 

은경이가 나보다 더 좋아하는것 같습니다. 여자들이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은경이를 만나서 같이 집으로 왔습니다. 수업이 나보다 일찍 끝난

은경이가 운동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빠두 들었지?"

         

        "뭘?"

         

        "다음주에 소풍가는거"

         

        "응"

         

        "재밌겠지?"

         

        "너나 가. 난 안가"

         

        "왜? 또 안가?"

         

        "난 그냥 집에 있는게 편해"

         

        "치, 그런게 어딨어"

         

        "넌 갔다오면 돼잖아"

 

매번 소풍은 내가 못가는 대신 엄마는 동생은 꼭 보내곤 했습니다. 아마 이번에도 나는 가지

못하고 은경이는 갔다올겁니다. 사실은 나도 가고싶지만 엄마에게 소풍보내달라고 조르기가

미안합니다. 그리고 소풍가는 산이야 매일처럼 다녀올 수 있는곳인데요 뭘...

 

        "그런데 그 언니... 참 이쁘다"

         

        "그치?"

         

        "앞으로 학교에서 만나면 아는척 해야지"

         

        "그래"

 

집에 도착해서 은경이가 엄마한테 다음주 소풍간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내 얼굴을

보면서 한숨을 푹 쉬십니다.

 

        "난 안가두 돼요. 맨날 가는 산인데 가서 뭐해... 은경이나 보내세요"

         

        "치, 난 그래두 좋기만 한데..."

         

        "난 소풍 다녀오니까 힘만들고 별로 좋지도 않던데..."

 

엄마가 내 눈치를 보시면서 부엌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까짓거 소풍 가지 않아도 되요.

괜히 눈치없이 은경이가 얘기를 꺼내서 엄마가 걱정하시는것 같습니다.

 

집에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아서 연수에게 그려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징가 제트의 얼굴모양이 별루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그리려다

종이가 찢어졌습니다. 다른 종이에다가 다시 처음 부터 그렸지만 이번에는 다리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멋있게 그려서 줘야 할텐데 좀처럼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종이만 벌써 여러장

버렸습니다.

내가 그린 그림을 연수가 받으면 좋아할까요? 그림 뒤에다 편지도 조그맣게 써서 줄까요?

 

소풍때문에 별로 안좋았던 기분이 그림을 그리면서 모두 날아갔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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