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시] 하루를 여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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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이 [songei91] 쪽지 캡슐

2001-08-08 ㅣ No.7102

 

 

   하루를 여는 기도   

 

 

사랑이 열립니다

 

또 하루의 분량을 소리없이

 

예비하시는

 

당신의 손놀림

 

어제의 더러워진 일상

 

이리저리 마구 팽개진 채

 

잠들은 육신의 영혼들을

 

밤 새 떠 안고 업고 돌보시며

 

밤으로 흐르는 달빛으로

 

소리없이 어제를 소각하십니다.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오늘

 

당신이 이슬을 뿜어

 

방금 다림질한 옥색 옷들이

 

어둠의 휘장을 열고 나와

 

오늘을 입고 살라 합니다.

 

밤새 당신의 등에 업힌 영혼들

 

어느새 머리 맡에

 

오차 없이 돌려 놓고

 

소리 없이 당신은

 

당신의 자리에 돌아가

 

조용히 침묵으로 서 계십니다.

 

남은 시작은 우리의 몫이지만

 

또 더러워질 옷

 

이 새벽

 

그래도 잠시

 

경건의 두 손을

 

당신 앞에 모읍니다

 

그 크신 사랑  

 

때 묻지 않게

 

부끄럽지 않게 하소서.

 

 

-도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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