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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아이러브 스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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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0-12-27 ㅣ No.7835

 

아이러브 스쿨~(1)

"엄마... 빨리 100원 줘요... 자연 준비물 사가야 된단 말야"

 

"그런건 미리미리 말해야지 아침에 말하면 어떻게 하니"

 

"나 학교 늦는단 말야... 빨랑 줘요..."

 

가방을 챙기고 신발 주머니를 들고 문을 나서면서 큰소리로 엄마를 불렀습니다.

엄마는 지갑을 여시고는 이리저리 뒤져 동전을 찾고계시는것 같습니다.

 

"씨... 엄마때문에 학교 늦었단 말야..."

 

"어서 뛰어가... 지금 뛰어가면 안늦게 갈 수 있어. 그리고 넌 돈달라는

이야기를 진작에 해야지 지금 없는데 어떻게 하니..."

 

"오늘 자연 준비물 안해가면 혼난단 말야... 나 혼나면 다 엄마때문이야..."

 

집앞 누렁이가 대문밖으로 나와서 학교로 달려가는 나를 보고 컹컹 짖어댑니다.

학교에 늦을지도 모르지만 누렁이에게도 달려가서 인사를 했습니다.

 

"누렁아, 오늘은 내가 학교에 늦어서 일찍 가야 할것 같거든?

이따 집에 와서 놀아줄께... 알았지?"

 

말 소리를 알아듣는듯이 누렁이는 꼬리를 흔들어댑니다. 다시 학교로 뛰어갔습니다.

개울가는 엊그제 온 비로 많이 불어있습니다. 만든지 오래되어 흔들거리는 낡은 다리를

건너 학교로 달음질 쳤습니다.

 

후다닥 달려서 학교까지 뛰어갔습니다. 오늘도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산은 온통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합니다. 등에 짊어진 가방은 제가 뛰는 바람에

덜렁덜렁 매달려옵니다. 한손으로는 신발주머니를 휘휘 저으면서 학교로 가는 고개를

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오늘은 꼭 준비물 가져오라고 하셨는데 큰일났습니다. 오늘은 엉덩이 한대

맞아야 할것 같습니다.

 

휴.. 앞에 우리반 일만이가 걸어가는것이 보입니다. 아직 학교에 지각하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너 자연 준비물 했어?"

 

"응... 어제 간신히 했어... 넌?"

 

"못했어... 어떻게 하지? 선생님 한테 혼날텐데... 나 조금만 빌려주면 안돼?"

 

"안돼... 나두 하나밖에 없단 말야..."

 

"짜식이 째째하게 그런것두 안빌려주고... 너 그럼 지난번에 꾼 딱지 안준다"

 

"안돼애... 준비물은 준비물이고 딱지는 딱지지..."

 

"너 앞으로 축구할때 우리팀에 안끼워줄줄 알어"

 

안된다고 소리치는 일만이를 뒤로하고 학교로 먼저 달려내려갔습니다.

학교에 도착해선 교실에 선생님과 거의 동시에 들어갔습니다. 숨을 몰아쉬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자리에 앉을 때 마다 다른애들은 다 여자짝인데 나혼자만 짝이

없다는것이 좀 섭섭했습니다. 치... 차라리 짝 없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3교시가 끝나고 애들은 모두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10분동안 짧은 시간이지만

남자애들은 그새 편을 나눠서 축구를 하고 여자애들은 운동장 한켠에서 고무줄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 임마 그만해라... 여자애들이 또 선생님한테 일러바치면 어떻게 하려구..."

 

"그럼 넌 빠져 임마..."

 

매번 이런장난을 하는 나를 일만이가 옆에서 말렸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내가 아닙니다.

여자애들이 고무줄하는 곳으로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한손엔 연필깎는 칼을 쥐고서요.

여자애들이 먼저 알아챘는지 나를 째려보면서 소리쳤습니다.

 

"야! 한민우 너 또 그러면 선생님한테 일러바친다"

 

"그럼 일러바쳐라..."

 

그리고는 잽싸게 검은 고무줄을 칼로 홱 끊고 도망나왔습니다. 여자애들은 도망가는

나의 뒷모습에 대고 막 욕을 해대고 어떤애는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기도 합니다.

뭐 저깟일 가지고 우냐... 째째하게... 저는 한걸음에 도망쳐서 운동장 반대편에서

울고있는 여자아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헤헤 오늘도 한껀 했습니다.

 

그런데 운동장 안으로 검은색 승용차 한대가 들어오는것이 보였습니다. 누구지?

멀리서 보아 잘 구분이 안되지만 차에서 한 아주머니와 흰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내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학교에 아마 손님이 왔는가 봅니다.

 

점심시간이 되지 않아 저는 선생님에게 불려가 꾸중을 들었습니다. 누군가 선생님에게

벌써 고자질을 한 모양입니다. 나쁜 지지배들...

4교시 수업이 시작되면서 나는 선생님께 불려나갔고 손바닥을 몽둥이로 세대 맞았습니다.

조금 아프긴 하지만 씨익 웃으면서 자리로 들어왔습니다. 이정도 쯤은 이젠 괜찮습니다.

일만이는 그것봐 하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고 아까 소리를 지르고 울던 여자애들은

고소하다는 표정입니다. 아픈 손바닥을 막 비볐습니다. 좀 괜찮아지는것 같습니다.

 

"민우 또 그러면 엄마 학교 오시라고 한다"

 

"네... 알겠습니다."

 

엄마가 또 학교엘 오시는 날은 전 집에 아마 못들어 갈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는 조금

조심하기로 했습니다.

 

그 아이를 처음 본것은 바로 그 다음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5교시가 시작되려고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참 아이들이 쉬는시간

떠들고 있는사이 어느샌가 선생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자... 들어오세요..."

 

선생님의 뒤를 따라서 가방을 멘 한 여자아이가 들어왔습니다. 하얀 드레스같은

원피스가 한눈에 딱 들어왔습니다. 아까 운동장에서 보았던 그 아이 같았습니다.

 

"이번에 서울에서 우리학교로 전학온 학생이예요. 이름은 황연수라고해요"

 

순간 저는 그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공교롭게도

저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허겁지겁 고개를 돌리려는데 그 아이는 저를 보고 빙긋이

웃는것이 보였습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제가 잘못 본 것일까요...

 

"앞으로 연수하고 친하게 지내도록 해요... 연수는 그럼 민우 옆에 앉아라"

 

순간 우리반 남자아이들의 야유가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부러워서

지르는 소리이겠지요. 저는 무척 태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부러 고개를 돌리고

태연한 척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아이가 제 옆자리에 앉고는 갑자기 숨이 가빠져

왔습니다.

 

"안녕? 나 연수라구 해... 황연수... 만나서 반가워..."

 

그 아이는 저에게 손을내밀어 악수를 청했습니다. 하지만 전 그 아이의 얼굴도 보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휴... 가슴이 왜 이렇게 뛰는

걸까요... 수돗가에 가서 벌컥벌컥 물을 마시고 나서야 겨우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5교시는 자연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준비물을 해오지 않은것도 까맣게 잊은채 계속

옆자리에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나랑 책 같이 볼래? 시간표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자연책 안가져 왔는데"

 

나는 아무말도 없이 자연책을 그 아이 책상위에 던져 놓았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책을 펼치고는

 

"같이보자... 이렇게 가운데 놓으면 되지?"

 

하고는 책을 펴서 책상 가운데 놓았습니다. 씨... 왜 자꾸 말이 안나오는걸까요...

나두 말 할줄 아는데... 이 아이가 저를 벙어리로 보는건 아닐까요...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자연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생님은 먼저 준비물 해오지 않은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쭈뼛쭈뼛 거리면서 몇몇의 아이들이

일어났습니다. 앞자리에 일만이는 나를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옆에 앉은 연수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전학온 아이인데...

선생님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이셨습니다. 연수는 처음 전학온 날이라 준비가

안되었는것은 당연한데 혼자만 앉으라고 말씀하시기는 조금 난감하셨던 모양입니다.

 

"모두 자리에 앉아요... 다음부턴 꼭 준비물 가져와야 해요.."

 

이 아이 덕분에 오늘 하루는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살며시 옆을 쳐다보았습니다.

연수도 저를 보면서 빙긋이 웃고 있었습니다.

 

"이름이 뭐니?"

 

"나?"

 

"응..."

 

"민우... 한민우..."

 

"반가워... 앞으로 나좀 많이 도와줘..."

 

"그..... 래....."

 

또다시 연수가 내민손에 제 손을 내밀기가 주저주저했지만 눈 딱 감고 잠깐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고 재빠르게 손을 뺐습니다. 휴... 누가 본 사람은 없겠지요?

고개를 휘휘 돌려 누가 본 사람이 없나 살펴보았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본 사람은

없는것 같습니다.

 

짜식들... 부러우면 부럽다구 해... 앞자리에 앉은 일만이가 수업시간 내내 계속

저를 쳐다봅니다.

 

저는 아직도 연수를 처음 보았던 그날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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