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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아이러브 스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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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0-12-28 ㅣ No.7852

아이러브 스쿨~(2)

 

연수가 전학을 오고 제 옆자리에 앉으면서부터 남자친구놈들이 저를 많이 놀리기 시작

했습니다. 짜식들 부러우면 부럽다구 해라...

 

        "야, 한민우... 너 좋겠다?"

         

        "좋긴 뭐가 좋냐?"

         

        "짜식, 좋으면서 째기는..."

         

        "하나두 안좋다"

         

        "그럼 나랑 자리 바꿀래?"

         

        "싫다"

 

연수는 금새 여자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전학온 연수는 여자아이들의

부러움을 많이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독 연수와 친하게 지내지 않는 아이들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연수에게 연필이나 지우개같은 선물을 주면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연수는 이쁘기도 했지만 착했기 때문에 남자아이들은 괜히 주변에서 서성거리기만 할 뿐

아무도 말도 못걸어 왔습니다. 저는 옆자리 짝꿍이라는 덕분에 하루에 몇마디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속으로는 좋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남자아이들이

막 놀렸거든요. 평소엔 제가 한마디 하면 찍소리도 못하던 놈들인데...

연수 앞에서는 이상하게 평소처럼 행동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애들한테는 주먹만 쥐어

보이면 모두 아무소리 못하는데 유독 연수앞에서는 그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연수는 여자애들과는 모두 친하게 지내고 있었지만 남자애들과는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했습니다. 남자애들이 모두 관심이 있어서 연수에게 말을 걸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반에서 연수와 가장 친한 남자는 나 혼자뿐입니다. 하지만 나도 연수에게 잘 말을

걸지 못합니다. 연수가 가끔씩 뭘 물어보던지 할 때 뿐입니다. 그럴때마다 나는 가슴이

콩당콩당 뛰는것 같고 말도하기 전에 괜히 얼굴부터 붉어집니다. 자꾸만 그런 모습을

연수에게 들키는것 같아 조금 속상하기도 합니다.

 

여자애들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는 일도 이젠 하지 않습니다. 고무줄을 하는 여자애들

사이에는 늘 연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때문에 얼마전에는 남자애들이 저를

놀렸습니다.

 

        "너 황연수 있으니까 고무줄 이제 안끊는거지? 걔 좋아하니까..."

         

        "아냐 임마... 안좋아해..."

         

        "그럼 왜 안하는데?"

         

        "그냥..."

         

        "좋으면 좋다구 해"

         

        "아니라니깐..."

         

        "그럼 끊어봐..."

         

        "내가 못할줄 알아?"

 

그날 나는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다가 저를 쳐다보는 연수의 눈과 마주쳤습니다.

꼭 연수가 나를 몹시 실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것 같았습니다.

그날은 연수가 선생님께 이르자는 여자애들을 말려서 맞지는 않았지만 옆자리에

앉아있는 연수 보기가 너무 미안했습니다.

 

        "아깐 미안했어..."

         

        "그럼 이젠 안그럴꺼지?"

         

        "응..."

         

        "그럼 약속..."

 

연수와 책상아래에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다시는 고무줄 안끊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절대로 여자애들 고무줄을 끊지 않습니다. 연수와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민우야..."

         

        "왜애?"

 

어느날 수업이 모두 끝나고 일만이가 저에게로 급히 달려왔습니다.

 

        "6반애들이 축구한번 하자던데?"

         

        "그래? 언제?"

         

        "내일 방과후에..."

         

        "내일은 집에가서 엄마 일 도와드려야 되는데..."

         

        "니가 없으면 안된단 말야..."

         

        "그냥 나 없이 해라..."

         

        "안돼... 우리반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란 말야... 애들 모두 너만 기다리고

        있는데... 여자애들도 응원온다구 그러구..."

         

        "여자애들?"

         

        "그래... 연수도 온댄다"

 

갑자기 내 머릿속에서 내일 무슨 핑계를 대고 엄마일 도와드리는 것을 빠져나올 수

있을지를 생각했습니다. 6반애들은 지난번에 두번 시합해서 한번 이기고 한번 진

상대입니다. 특히나 그쪽반에는 우리학교 축구부 주장이 있기 때문에 모두 자존심이

걸린 시합입니다. 게다가 연수가 응원을 나온다고 했습니다. 연수만 아니었어도

시합에 안나가는건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연수가 열심히 응원해 주는 앞에서 멋있는

골을 넣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갑자기 내일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부? 웬일루 니가 학교에 남아서 공부를 한다구 그러니?"

         

        "아뇨.. 그냥 선생님이... 공부 하고 갈 사람들 하구 가라구 그래서요..."

         

        "신통방통한 일이네... 그럼 그러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컹컹 짖어대는 누렁이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학교로 열심히 달음질 쳤습니다. 오늘

날씨가 좋은것을 보니 오후에 축구시합을 할 때 잘 뛸 수 있을것 같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우리반 축구선수 11명이 운동장에 모였습니다. 오후에 시합을

준비하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는 땅바닥에 축구장을 그려놓고 작전을 짰습니다.

오늘도 골키퍼는 일만이 공격은 나랑 재진이 둘입니다. 우리는 축구공을 가지고

패스연습을 하고 일만이는 골키퍼 연습을 했습니다.

교실 창문 안에서 누군가가 보고있는것을 알았습니다. 연수가 보고있었습니다.

괜히 쳐다보기가 무안해서 공도 가지지 않았는데 운동장만 열심히 뛰었습니다.

 

        "이따가 축구 잘해서 꼭 이겨... 알았지?"

         

        "응..."

         

        "내가 응원해 줄께..."

         

        "고마워..."

 

연수가 나를 보고 얘기해 줬습니다. 오늘 시합은 정말 멋있게 이겨주리라 다짐했습니다.

다른사람도 아닌 연수가 응원을 해준다고 했습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우리는 6반과 축구시합을 위해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6반에 축구부 주장은 5학년인데도 주장을 할 만큼 축구를 잘 하는 아이입니다.

키도 저보다는 한뼘 이나 큽니다. 오늘 6반 축구부 주장을 막기로 한 아이들에게

눈짓을 보냈습니다.

 

운동장 스탠드 위에 구령대 오른쪽엔 6반 여자애들이 왼쪽엔 우리반 여자애들이

모여서 축구경기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연수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 보았지만 아직 오지 않은것 같습니다. 어딜 갔을까요? 조금 늦는가 봅니다.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공을 따라서 애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녔습니다. 6반 주장이

먼저 공을 잡더니 재빠르게 우리쪽 골대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두세명

수비를 제치더니 슛을 날렸지만 다행히 일만이가 잘 막아 주었습니다.

 

        "김일만 화이팅 야~~~~"

         

우리반 스탠드 쪽에서 여자애들이 일만이 응원을 합니다. 일만이 짜식 얼굴이 벌개졌

습니다.

 

        "잘했어 일만아... 수비가 뚫리면 안되는데..."

         

        "넌 공격이나 잘해... 여기는 내가 잘 볼테니까"

 

다시 6반 주장을 막기로 한 두명에게 살며시 잘 따라 붙으라고 얘기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반은 전반전 내내 6반에게 밀렸습니다. 6반 주장을 막기로 했던 두명이

잘 하지를 못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한골을 먼저 먹었습니다. 6반 여자애들이

모두 스탠드에서 일어나 골을 넣은 6반 주장 이름을 부르며 응원했습니다.

 

어느샌가 연수가 와 있었습니다. 경기를 하느라 스탠드를 잘 못봤는데 우리가 먼저 한골

먹고 스탠드를 보니 많이 아쉬운듯이 연수가 우리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6반 주장 내가 막을께... 너희는 내가 막던 저 꼬맹이 있지... 걔 막아"

         

        "혼자서 되겠어?"

         

        "해볼께..."

 

다시 경기가 시작되고 나는 6반 주장을 그림자 처럼 따라 다녔습니다. 덕분에 우리반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다른 아이가 한골을 넣어주었습니다. 겨우 1:1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우리반이 계속 밀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반에서 넣은골도 6반

골키퍼가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들어가지 않을 골이었습니다.

우리반 여자애들도 모두 일어나서 와아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나도 빨리 한골을

넣어서 연수에게 멋있게 보여야 할텐데 6반 주장때문에 잘 안되고 있어서 좀 속상

합니다.

 

전반이 끝나고 모두 휴식을 가졌습니다. 어느틈엔가 우리반 여자애들이 주전자에

물을 담아서 선수들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연수도 한잔 따라서 저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너 축구 잘 하는구나?"

         

        "고마워..."

         

        "이길 수 있겠어?"

         

        "그럼... 내가 꼭 골인 하나 넣을꺼야..."

         

        "그래..."

 

연수는 나를 보면서 꼭 그렇게 하라는 듯이 입술을 꼬옥 다물어 보였습니다. 후반전엔

골을 꼭 하나 넣어야 할텐데...

6반에서도 나를 막느라 두명이 달려들었습니다. 그것때문에 나는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모두 나보다 큰 애들이라서 달려 도망가도 금방 따라와버렸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나서 얼마 안되 나에게 공이 주어졌습니다. 나는 재빨리 두명을

뒤로 제치고 6반 골대쪽으로 공을 몰았습니다. 앞에 수비 두명만 제치면 골을 넣을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공을 살짝 옆으로 돌리고 두명을 제낀다음 슛을 하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일부러 다리를 깊게 걸어서 나는 운동장에 크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씨이... 팔꿈치가 까져서 피가 흐릅니다. 6반 주장이 발을 건것 같습니다. 넘어진

나를 보고 고소하다는 듯이 씨익 웃고는 자기 팀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이들이 넘어진 제 주위로 모여들었습니다. 팔꿈치가 꽤 많이 까졌는지 피가 많이

흐릅니다. 나를 둘러싼 아이들 사이로 연수가 보였습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고있는 연수를 보니 이대로 누워있을 수 없을것 같아 벌떡 일어났습니다.

머리도 부딛혔는지 머리도 아픕니다. 하지만 아프다는 얘기를 하면 연수가 걱정할것

같아 툴툴 털고 일어났습니다.

 

        "괜찮아?"

         

        "응... 이정돈 아무것도 아냐..."

         

걱정하는 연수에게 아무렇지도 않은것처럼 대답했습니다. 팔목이 욱신거립니다.

 

나를 보면서 웃고있는 6반 주장을 보았습니다. 씨이... 너희 이제 죽었어...

후반전이 겨우 5분 정도 남은것 같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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