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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아이러브 스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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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0-12-29 ㅣ No.7863

아이러브 스쿨~(3)

5분남은 후반전동안 한골을 더 넣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서 뛰었습니다. 다른 애들한테

두세번 기회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골을 넣지는 못했습니다. 모두가 지치고 숨이 차서

잘 뛰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골만 더 넣으면 이길 수 있는데...

6반도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6반 주장이 골대앞에서 차 넣은공이 골대를 맞고는

튕겨 나왔습니다. 그리곤 일만이가 공을 재빠르게 잡아서 다행히 골을 먹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반 여자애들과 6반 여자애들이 서로 질세라 열심히 응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사이로 연수가 열심히 소리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늘 꼭 내가 골을 넣어야

할텐데... 좀처럼 기회가 나에게 오질 않습니다.

 

경기가 끝나갈 무렵 일만이가 던져준 공을 잡고는 드리블 해서 6반 진영으로 공격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우리반 아이들이 따라와 주질 않습니다. 모두 지쳤나 봅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저는 죽기살기로 공을 몰고 6반 골대를 향해서

뛰었습니다. 뒷편 스탠드에서 한민우 한민우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수도 저 속에서

응원을 하고 있겠지요...

 

어렵게 두세명의 6반 수비를 제치고 골키퍼와 1:1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 침착하게

골을 넣으면 우리가 이번 경기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뭐 이정도 쯤이야 나에겐 누워서

떡먹기입니다. 당황하는 6반 골키퍼와 마주본 상태에서 골대 한쪽 구석으로 공을 차

넣으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나의 발을 아주 세게 걷어찼습니다.

나는 그대로 운동장에 다시 쓰러졌습니다. 아까보다 더 많이 아픈것 같습니다. 발목이

시큰거리는것이 크게 다친것 같습니다.

 

또다시 우리반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와서 넘어진 나의 주위에 삥 둘러섰습니다.

아까는 금새 일어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오려고 하고있습니다.

일만이가 달려와서는 내가 걱정이 되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봅니다.

 

        "민우야, 괜찮아?"

         

        "저자식... 또 반칙했어..."

         

        "나두 봤어... 아까두 그러더니"

         

        "그런데 발목이 너무 아퍼"

         

        "일어날 수 있겠어?"

 

일만이 뒤로 놀란채로 나를 쳐다보는 연수의 얼굴도 보입니다. 연수를 위해서라도

빨리 일어나야 할텐데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우리반 애들 몇명이서 6반 주장에게로 몰려가서 따졌습니다. 6반 주장은 겁을 좀 먹었는지

아무소리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연수가 제일 앞에서 6반 주장을 다그쳤습니다.

 

        "야! 니가 주장이면 다야? 왜 일부러 사람 다리를 차고 그래!"

         

        "내가 언제 그랬다구... 일부러 그런거 아냐..."

         

        "너 깡패야? 응? 깡패냐구? 질것 같으니까 일부러 찬거지?"

         

        "아냐... 난 그냥 수비한거란 말야..."

         

        "질것 같으면 정정당당하게 지면되지 왜 반칙을 하고 그래!"

         

심하게 다그치는 연수앞에서 6반 주장은 아무소리도 못하고 기가 죽어있었습니다.

저렇게 덩치도 근 남자애가 연수처럼 조그만 여자 앞에서 아무소리도 못하는것이 좀

우습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착하고 조용하게만 보이던 연수가 저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습니다. 나 말고 다른 아이가 이렇게 다쳤어도 연수가 저렇게 화를 냈을까요?

 

아이들이 부축한 채로 나는 운동장에서 나와 스탠드에 누워있었습니다. 결국 우리반은

연장전에 한골을 먹고는 6반에게 지고 말았습니다. 이씨, 내가 있었으면 저렇게 쉽게

지진 않았을텐데... 괜히 속에서 화가 나려고 합니다. 내 발목을 걷어찬 6반 주장이

정말 미웠습니다. 그 일만 아니었어도 이길 수 있었는데.

 

6반애들은 모두 경기에서 이겼다고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냥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연수가 얼마나 실망했을까요. 꼭 내가 골을 넣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마 경기에서 진것 때문에 연수가 나에대해서 많이 실망했을것

같습니다.

시끌벅적한 아이들 사이로 욱신거리는 발목을 절뚝절뚝하며 운동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연수가 보기전에 그냥 집으로 먼저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나한테 실망했을테니까요.

 

        "얘, 한민우"

 

운동장 후문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부르며

급하게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연수였습니다.

 

        "그냥 가면 어떻게 하니? 다리는 괜찮아?"

         

        "응? 응... 괜찮아... 이정도 쯤은"

         

        "많이 아파? 다리를 저는것 같은데?"

         

        "괜찮아 질꺼야. 이정돈 아무것도 아냐"

         

        "그래? 다행이다 정말..."

         

        "오늘 실망했지?"

         

        "실망? 왜애?"

 

연수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이야기 합니다. 가끔씩 연수가 이렇게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이야기 할때면 늘 나는 눈을 피해서 딴곳을 보며 이야기 합니다.

창피하니까요.

 

        "축구에서 졌잖아... 오늘은 이길 수 있었는데..."

         

        "에게, 겨우 그정도가지고? 아냐, 나 실망 안했어..."

         

        "정말?"

         

        "그럼. 그리고 오늘 네가 제일 열심히 뛰었잖아. 난 그게 너무 좋았어"

         

        "내가 뭐얼..."

 

연수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한 채로 대답했습니다. 연수가 실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말일까요?

 

        "물론 네가 골을 넣어서 우리반이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오늘은 6반애가

        반칙을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거잖아. 다음번 경기에서는 꼭 이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고마워"

 

기껏 한다는 소리가 고맙다는 말 밖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수는 나를 보면서

계속 웃고있었습니다. 발목이 욱신거리고 아픈것도 잊고 있었습니다.

연수와 이야기하다보니 벌써 동산 꼭대기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해나 뉘엿뉘엿 지려는데

연수가 돌아가려 합니다.

 

        "나 이만 가볼께. 내일 학교에서 봐"

         

        "그래. 내일봐"

         

        "안녕..."

 

연수는 활짝 웃으면서 나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요술공주가 그려진 가방을 멘 채로

종종거리며 뛰어 돌아갔습니다. 나는 연수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동산에 서 있다가

갑자기 발목이 욱신거려서 자리에 주저않고 말았습니다. 큰일입니다. 엄마가 알면

혼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발목때문에 절뚝거리며 걸었습니다. 집앞에서는 누렁이가 컹컹

짖어대며 나를 반겨줍니다.

 

        "누렁아 잘 있었어?"

         

        "컹컹..."

         

        "오늘은 내 짝이 나 축구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았대... 너두 좋지?"

         

        "컹컹..."

 

        "걔가 얼마나 이쁜지 나중에 너두 보여줄께"

 

집으로 들어와서는 발목 아픈것을 티내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내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온것으로 아십니다. 팔꿈치에 상처는 체육시간에 넘어져서 그렇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녁밥을 먹고 숙제를 하고나니 벌써 밤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욱신거리는 발목도

조금 괜찮아 졌습니다. 엄마 아빠는 벌써 주무시나 봅니다. 동생이 살며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뭐 물어볼것이 있는지 산수책을 들고 있습니다.

 

        "오빠 오늘 학교에서 축구했지?"

         

        "니가 어떻게 알어?"

         

        "오다가 봤어..."

         

        "엄마한테 얘기했어?"

         

        "아니... 그런데 이겼어?"

         

        "졌어"

         

        "오빠가 있는데두 졌어?"

         

        "어쩐자식이 내 발목을 찼는데 너무 아파서 못뛰었어"

         

        "아... 그때구나? 여자 언니들이 어떤 커다란 남자애한테 막 따지던때가.

        그 남자애가 오빠 발목 찬애지? 그치?"

         

        "너두 봤어?"

         

        "응... 그런데 어떤 언니가 막 화내구 그러더라?"

         

        "걔가 내 짝이야"

         

        "정말? 아주 이쁘던데..."

         

        "그치? 이쁘지? 새로 전학온 애야..."

         

        "오빠 그언니 좋아하나부다"

         

        "아냐... 좋아하는건..."

         

        "진짜루?"

         

        "진짜루 아냐..."

         

은경이가 에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봅니다. 국민학교 4학년이 뭘 안다구.

은경이가 물어본 산수문제를 꿀밤을 때려가며 가르쳐 주었습니다.

 

        "넌 4학년이 아직도 구구단도 못외우니?"

         

        "다른건 잘 되는데 8단이 안된단 말야..."

         

        "너 내일까지 8단 외워와서 나한테 검사맡어"

         

        "치... 자기가 무슨 선생님인가?"

 

밤이 되어 은경이는 자기방으로 자러가고 나도 자리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질

않습니다. 오늘 축구에서는 졌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습니다.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서 누워있다보니 아까 연수가 해준 말이 자꾸만 떠 올랐습니다.

 

        [오늘 네가 제일 열심히 뛰었잖아. 난 그게 너무 좋았어]

 

연수가 내가 뛰는 모습이 제일 좋았다고 했습니다.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난 너무 좋았어, 좋았어, 좋았어... 히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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