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기사] 조성모 뮤비 '아시나요'에 대한 가처분 신청...

인쇄

조현동 [nuri] 쪽지 캡슐

2000-09-07 ㅣ No.6975

백마부대는 불사신부대?

 

 

연예 전문 웹진 TVTimes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지난 2일 육군 백마부대 사단장이 가수 조성모의 신작 뮤직비디오 ’아시나요’에 대해서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이 뮤직비디오의 역사의식 부재와 경박함은 다른 하니리포터 임아영님의 기사
’왜 또다시 베트남인가’에서 충분히 비판받았다고 생각하므로 그냥 접어두고 넘어가기
로 하자.

 

 

또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잘 찍어서 대박 터트리기’라는 전법에 대한 비판도 힘 한 번
꽉 줘서 참고 넘어가기로 하자. 개인적으로 조성모를 매우 싫어한다는 사실도 잠깐
모른 채 하기로 하자.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나는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아시나요’를 두둔하고자 한다.
이것은 이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보자 백마부대 사단장이 이 뮤직비디오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있지도 않은 한국군 몰살장면을 삽입했고, 둘째로 사전동의 없이 백마부대 마크를 사용, 고유 표장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하고 나서서 평소 지니고 있던 한국군 장성들의 정상적 판단력에 대한
의심은 사실이 되어버렸다.

 

 

예비역 육군 병장 나부랑이에 불과한 내가 아무개 ’장군’의 판단력에 대하여 감히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장군’께서는 역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필름과 픽션인 극영화를 구분하시지 못하는 것 같아서이다.

 

 

월남전에 대한 다큐멘터리 필름에 실제로 벌어진 적이 없는 한국군 몰살사건이 기록
되어 있다면 이는 당연히 문제가 되어야 하는 사건이고 역사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장면이 문제가 되려면 이 뮤직비디오는 다큐멘터리 필름이 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제 정신으로 뮤직비디오를 다큐멘터리 필름이라고 우길 만한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지구상에 없다.

 

 

아, ’장군’께서는 백마부대는 용감한 부대고 따라서 그런 ’몰살 장면’은 부대의
위신을 실추시킨다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건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장군’씩이나 달고
계신 걸로 봐서는 판단력 장애가 있는 것 같진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묻고싶다. ’장군’께서는 헐리웃 영화에서 미군 그린베레 정예요원들이 작전 실패로 ’몰살’당하는 장면을 보면 그린베레 요원들의 전투력을 의심하게 되시느냐고 말이다. 여기에도 줄기차게 ’그렇다’라고 대답하신다면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나마 ’장군’의 주장에 약간이나마 설득력이 부여되는 길이 있긴 하다. 실제로 육군 백마부대의 베트남전 참전기간 동안 한 명의 사망자도, 한 건의 몰살 사고로도 없었
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정이 사실이 못 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베트남에
파병되었던 백마부대 대원들은 막강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을지는 몰라도 ’불사신’
은 아니었을 테니까.

 

 

’장군’께서는 베트남전 참전기간중 백마부대 일개 분대라도 몰살당한 일이 없었다는
객관적 증거자료를 제시해주시기 바란다. 주장을 증명할 책임은 주장 당사자에게
있다는 건 논리학의 상식에 속하는 거니까.

 

 

내가 보기엔 ’장군’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한국군은 언제
어느 매체에서도 용감하고 항상 승리하는 절대선의 군대여야 한다고 말이다. 대체
한국군이 독수리 오형제나 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장군’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다. 그에게 있어 모든 전쟁영화는
’배달의 기수’이어야 할 것이고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또한 ’착한 한국군이 악랄한 베트콩들을 섬멸하고 승전보를 울리는 내용’이어야 할 테니 말이다.

 

 

참으로 전근대적이다 못해 유치하기까지 한 미감이다. 이런 미감대로라면 ’지옥의 묵시록’이나 ’플래툰’같은 명작 전쟁영화들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항상 선한 정의의 사자인 자기나라 군대가 민간인 마을에 로켓포화를 날려대거나
동료를 등 뒤에서 쏘는 패륜적인 행위를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기 부대의 마크를 허락 없이 도용했다는 것도 넌센스다. 이 논리대로라면
모든 영상물에서 ’고유 표장’물인 간판을 지워 없애야 할 것이며 제복을 입은
사람은 종류를 막론하고 한 사람도 나와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체 군부대의 마크가 상표권 비슷한 것을 가지는 독점적 고유 표장이라는 말도
들어 본 적이 없거니와, 누군가의 표장이 된다고 해서 그것을 허락 받고 써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신분사칭 등의 범죄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닐진대 무슨 논거로 비난하려
한다는 말인가. 실로 우습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장군’의 정상적 판단력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정상력 판단력을
지니지 못한 지휘관에게 1만명이 넘는 병사들의 목숨을 맡겨줄만큼 대한민국
육군의 사람보는 눈이 어둡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명색이 ’장군’이신 분이 픽션에 불과한 영상물 안에 나타나는 자기 부대의 몰살
장면에 대해 아량을 보여주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에 그 뮤직비디오
를 보고 ’백마부대는 당나라 군대인가봐’라고 생각할 학습장애아동은 없다.

 

 

’장군’은 즉각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아시나요’에 대한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고, 좀 더 장군답게 행동해주길 바란다.

나도 그따위 뮤직비디오 역성들어 주는거 정말 싫다.

 

 

하니리포터 김희주 기자 pitagi@nownuri.net

 



4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