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욕심을 갖고 살아가는 사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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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광 [paschal] 쪽지 캡슐

2000-03-08 ㅣ No.537

오늘 머리에 재를 바르면서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신자들에게 재를 얹어주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과연 이 기간동안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삶으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가 등등....

우리들에게 희망이 없을 때가 가장 희망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이 사순시기를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살아 볼 욕심이 나는 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욕심을 갖고 신나게 살아가는 사순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지상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심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사람은 아직 神이 아니기 때문에 욕심이 있습니다. 그 욕심 때문에 세상엔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사건이 생기고 사고가 나고 만나고 헤어지고..... 평생 등을 돌리고 살기도 합니다.

세상사람들이 바로 그 욕심 때문에 고통을 알고 사는 것이니, '욕심을 완전히  버리라'고도 합니다. 그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모든 고뇌와 고통이 욕심에서 생기니까, 욕심을 완전히 버리고 살면 그저 마음 편하게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욕심이란 게 그렇게 '몹쓸 것'이고, 상종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일까요? 우리의 삶엔 욕심이 필요합니까, 필요하지 않습니까?

보통 잘 먹으면 '식욕도 좋다'고 하지요. 그때의 욕심이란 좋은 것입니다. 식욕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세상만사가 귀찮아지고 의욕이 없고 살맛이 나질 않습니다. 식욕이 없다는 그 하나 때문에 문을 닫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식욕이란 얼마나 좋은 것입니까. 그러니 이렇게 욕심이란 때론 필요합니다. 식욕이 있어야 열심히 살 수 있으니까요.

그림욕심, 책욕심........ 이런 욕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욕심이 있어야 책을 사고 책을 읽고 자기발전도 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욕심이 없다면 세상이나 사람이 발전을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사람의 고뇌와 고통은, 지나친 욕심, 나쁜 욕심을 가졌을 때 찾아오는 것입니다. 사고가 나고 사건이 터지고 하는 것도 다 나쁜 욕심 지나친 욕심을 먹었을 때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욕심을 완전히 버리라 하는 것은 나쁜 욕심, 지나친 욕심을 완전히 버리라는 말입니다.

지나친 욕심을 갖게 되면 자기만 생각하게 되어, 자기집착이 되어 남을 생각할 줄 모르게 됩니다. 이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자기에게 집착하게되니,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소홀하게 됩니다.

좋은 욕심은 자기발전이지만, 나쁜 욕심, 지나친 욕심은 아귀 같은 자기집착이 되어 남을 생각할 줄 모르니, 남을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고 남을 해하는 악이 됩니다. 이렇게 아귀처럼 자기에게 집착하여 남을 해하는 지나친 욕심, 나쁜 욕심만 아니라면, 식욕 같은 책욕심 같은, 좋은 욕심은 괜찮습니다.

남녀간에 서로 오고가는 마음도 욕심입니다. 저 사람의 손을 잡고 싶고, 저 사람과 함께 거닐고 싶고, 저 사람과 함께 살고 싶다는 '욕심'입니다. 욕심인데, 좋은 욕심입니다.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좋은 욕심입니다. 지나치면 그 사람을 괴롭히게 되는 '이기주의'가 됩니다.

그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좋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아이를 낳고 세상이 이어집니다. 사람이 탄생하고 세상을 창조하게 됩니다. 좋은 욕심은 괜찮습니다. 괜찮지만, 결코 지나치면 안됩니다. 욕심을 버리라는 말은 지나친 욕심 나쁜 욕심을 완전히 버리라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이 지상의 삶, 이 지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초월(超越)과 초연(超然)은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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