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세상의 모든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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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andrea44] 쪽지 캡슐

2000-06-01 ㅣ No.2242

세상의 모든 죽음

 

노을질 무렵

멀리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그 앞에

누군가 오렌지 색 옷을 걸치고

사다리에 올라타

나무열매를 따려하는 것 같다.

 

조금 더 앞으로 가서 보니

그 사람은 사다리 없이

공중에 떠있었다.

마치 하늘에 매달린 듯

 

그는 태양을, 지는 태양을 향해 있었으나

고개를 떨군 채 죽어있었다.

 

인간의 결국은 저것인가?

나뭇가지에 스스로 목매달지 않아도

탐스러운 열매를 앞에 놔둔 채

하늘로 올려져

태양 앞에 고개를 숙이는구나.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찬란한 태양은 빛날 것이며

하늘은 목매달 우리를 찾겠지

 

그러나 나는 믿는다.

다시 고개를 들어올리고

찬란한 태양을 볼 것을

 

난 믿는다. 지지 않을 영원한 태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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