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가난한 새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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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남 [obbji] 쪽지 캡슐

2004-06-13 ㅣ No.3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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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새의 기도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 다니는
흰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시인: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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