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 최인호의 '商道'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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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애 [ridda] 쪽지 캡슐

2001-08-03 ㅣ No.7063

 

 

임상옥은 피를 토하듯 천지사방으로 피어난 진달래와 철쭉꽃을 바라보며 생각하였다.

부처의 말처럼 애욕을 끊는 일이다. 그리하여 애욕을 끊음으로써 마음의 흙탕물은

깨끗이 가라앉고 죽고 사는 생사의 윤회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다.

내가 애욕을 끊음은 오로지 나를 위한 길만은 아닌 것이다.

송이에게 있어 나야말로 애욕의 대상이다. 송이에게 있어 나야말로 애정과 음욕의

마군(魔軍)이며 온갖 번뇌와 집착을 일으키는 마귀인 것이다. 진실로 송이를 위하는

길은 내가 스스로 그녀의 곁을 떠남으로써 송이를 애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주는 길인 것이다.

지금은 야속하고 원망스럽겠지마는 언젠가는 송이도 나의 속 뜻을 헤아려 오히려

감사하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

미운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그러므로 사랑을 일부러 만들지 말라.

사랑은 미움의 근본이 된다.

사랑도 미움도 없는 사람은 모든 구속과 걱정이 없다."

 

"가까이 사귄 사람끼리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연정(戀情)에서 근심이 생기는 것임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애욕은 그 빛이 곱고 감미로우며 즐겁게 한다. 또한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산산이 흐뜨려 놓는다. 관능적인 애욕에는 이와 같은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리."

나는 이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것이다. 그것은 송이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때 송이도 그물에 걸리지 아니하는

바람처럼 혼자서 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함께 사는 공생의 길인 것이다.

 

  임상옥이 사랑하였던 애첩 송이를 진실로 위하는 길은

  그녀를 자유롭게 보내주는 것임을 깨닫고

  그녀와 헤어지는 장면인데

  아~ 사랑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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