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성당 게시판

#사순일기-여덟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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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 [fromrahel] 쪽지 캡슐

2002-03-21 ㅣ No.1285

# 언젠가는

 

언젠가는 돌아오리

푸른산 넘고

콧노래 그리워지면

지는 꽃을 다발로 안고

네 가슴팍 상처가 아물기 전에

나를 찾아 돌아오리

 

떠난이가 너뿐이라

돌아올 이도 너뿐인 삶을

누구에게 애원하여 되찾으려 하는가

 

언젠가는 돌아오리

흘러간 너의 청춘 속에

버려진 나의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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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통주를 마시고 왔다. 조금 있으니 거센 바람과 함께 찬비가 쏟아지더니 내 마음도 움직였다. 창밖에서 부는 바람인데 내 속을 할퀴고 지나는 맹수같단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난 내가 왜 컴퓨터 앞에 앉았는지 모른다...그냥 생각나는 말들을 나눌 뿐이다.

 

사람이 사람을 기다릴 때에도 마음 속 변화는 수도 없이 많을거다. 기다리다 ..화도 나다가..다시 기다리다가...또 화를 내보다가...또 기다리고...또 기다린다.

하물며 하느님이 인간을 기다리실 때엔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어지간히 성격이 좋으신분인가부다...나처럼 말안듣는 사람까지 다 기다려주시니 말이다.

지금도 너무나 많은 의심과 반항 속에서 소심하게 한걸음을 망설이며 살고 있는 나인데..돌아가시기 직전이 되었을 때 쯤엔 포기하고도 싶었을텐데.."목마르다" 하신 말씀이 가슴에 와서 꽂혔다. 수없이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성서 말씀대로 해마다 돌아가시고 부활하시는 예수님을 더이상은 모른다고 할 수가 없었다. 교만하게도 나는 예수님과 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조금은 그렇다. 사랑없이 자란 것도 아닌데 "사랑"이란 말이 어색했고 풍성함, 따뜻함, 선하고 바른것이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던 것이다. 왠지 힘들고...뭔가 신비한 문제꺼리가 있어야 하고...스스로가 좀 더 고차원적이길...그러기 위해서 좀 우울해도 상관이 없었다. 성서모임 중에도 ’사랑’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하지만 사실상 내게 제일 부담스럽고 힘든것이 사랑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 수록 사람을 온전하게 하는 것이 ’사랑’밖에 없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공동체에게도...그것이 하느님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을 더욱 부정할 수 없었다.

 

십자가 위에서 바라보셨을 예수님의 마음은 아마도 이렇지 않았을까...

내 인생의 한 부분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그분을 만난 한 순간을 이렇게나마 기록해보고 싶다.

 

부활이 멀지 않았다...요란한 바람 소리만큼이나 예수님의 마음도 울고 계셨을 것 같은 생각에 쏟아지는 빗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밤이다.

 

                                                                                                                                              Ceaci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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