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옷 한 벌

인쇄

이행자 [LHJ1004] 쪽지 캡슐

2001-07-28 ㅣ No.2256

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조촐한 봇짐 챙겨 드시고,

아무 생각없는 듯 어금니만 지그시 물고

살던 집 조용히 떠나시던 날

돌아 누운 어머니 한밤중에 일어나

딸이 비우고 간 빈방에서

얼마나 목메어 울었을거나.

 

"너희는 이것을 받아 먹으라."

"너희는 이것을 받아 마시라."

 

어느 새벽이었을까.

딸과 어머니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뼈가 녹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신 것은...

 

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카톨릭 다이제스트 8월의 시, 박일규 글-



3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