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옷 한 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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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조촐한 봇짐 챙겨 드시고, 아무 생각없는 듯 어금니만 지그시 물고 살던 집 조용히 떠나시던 날 돌아 누운 어머니 한밤중에 일어나 딸이 비우고 간 빈방에서 얼마나 목메어 울었을거나.
"너희는 이것을 받아 먹으라." "너희는 이것을 받아 마시라."
어느 새벽이었을까. 딸과 어머니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뼈가 녹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신 것은...
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카톨릭 다이제스트 8월의 시, 박일규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