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2동성당 게시판
퍼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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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게 있을 때
긴 머리 손가락으로 빗겨 주면서 좋아했습니다 무릎에 앉혀놓고 하늘 보여 준다며 좋아했습니다 가슴에 기대게 하고 심장소리 선물한다며 좋아했습니다 왜소한 가슴에 손 넣게 하고 따뜻하게 데워준다며 좋아했습니다
그가 내게 있을 때 그랬습니다 결코 작은 나이 아닌데 어린아이 마냥 좋아했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내 앞에서 그가 그랬습니다 너무 초라해 줄 것 없는 내게 그는 그렇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그가 그랬습니다 살포시 웃는 얼굴로 다가서는 모습이 그에겐 가장 큰 기쁨이라고 빈 손으로 있어도 빈 가슴으로 있어도 그 때문에 줄 수 있는 게 많아서 좋다 그랬습니다
그가 그랬습니다 사랑을 하면 어린아이 같아진다고 그 모습 싫으면 사랑 안하고 어른 될까 하고 그가 그랬습니다 그땐 그랬습니다 어린 아이 키우는 재미로 사랑할 거라고 그렇게 웃어넘겼습니다
어느 날 그가 그랬습니다 담배를 피워 물며 그랬습니다 어린아이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그땐 그 말이 무슨 의민지 몰랐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가 어른이 되고 싶었나 봅니다 어른이 되고 싶어 그런 말했었나 봅니다 그가 담배를 꺼낼 때 이미 어른이 되어있었나 봅니다
그가 그랬습니다 이제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그가 그랬습니다 내 슬픈 눈을 외면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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