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볼품없어야 하는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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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12 ㅣ No.2570

성당은 볼품이 없어야 합니다

제가 본당사목을 하면서 느끼는 것입니다

 

제가 몇년전 신설본당을 맡앗을때입니다

발령을 받아서가보니 사제관이라고 하는  헌집하나가 잇는데

가재도구도 아무것도 없이 빈방에는 개똥만 잇더군요

직원도 없고 ....

집두채를 사서 그냥 성당으로 발령을 낸것이지요

그것도 주인이 비어둔지 몇개월이 지나서 엉망이 된 집이었지요

 

 

첫미사를 부랴부랴 비닐을 구해서 이나무 귀퉁이 저나무 귀퉁이에 매어서

겨우 비닐지붕을 만들어놓고.드렷습니다

그런데 고민인것이 그때가 십일월초라서

당장 겨울이 시작이 되는 것이 문제엿습니다

그런데 신자는 오백명밖에 안되고

더더우기 신설본당이라고 오지들을 않는 것이엇습니다(교적을 파가는 분들도 잇더군요 그래서 가는사람 잡지말라고 하엿습니다)

건축기금을 내라고 할까봐 그러셧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것에 별로 마음을 두지 않앗습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제 생활철학은

이없으면 잇몸으로 살자입니다

결국 어떤 자매님이 마련을 해주신 천막으로 겨울을 나게되엇습니다

아침미사는 추우니 천막안에서 못하고

사제관이라고 이름붙인 방안에서 몸을 부대끼면서 하였지요

주일에는 방안에서 하기에는 너무 좁아서

천막네군데에 가스난로를 설치를 하엿는데

이놈의 천막군데군데로 바람은 들어오지

앉으면 발이 시렵고

일어서면 얼굴은 따뜻한데 가스에 머리가 어지럽고...

그래서 연세드신 분들은 오시지 말라고 하엿습니다

행여 쓰러지실까 걱정이 되어서...

여하간 제가 받은 교적상의 신자는 이천명정도엿는데

미사에 오시는 분은 오백명 남짓 그것도 어린아이 청소년들까지 다 합한 숫자입니다

그 작은 숫자의 분들은 꿋꿋이 그 겨울을 넘겻습니다

그리고 나니 구청에서 천막철거통지가 나왓습니다

다행히 겨울을 난 천막이 눈에 많이 찢기워서

바꿔야 할텐데 하는 중이엇지요

그래서 바로 천막을 뜯어내고 사진을 찍어서 담당자를 주고

그 자리에 좀더 좋은 천막을 다시 세웠지요

그것도 역시 나중에철거통지를 받앗지만...

하여간 그렇게 힘들게 살때에는 신자분들이 마음이 하나엿습니다

건축기금을 마련하신다고 환갑잔치비용을 내신 분에

아이들 저금통에 .....신자분들이 모두 마음이 하나가 되어서

성당기금을 모앗습니다

헌금은 거의 모두 건축기금으로 들어갓고

본당행사 단체예산들은 하나도 없엇습니다

그런데도 모두들 즐거워하엿습니다

그 불편하고 가난함이 오히려 신자분들의 마음을 초심으로 돌아가게 한것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고생끝에 성당을 짓고나서부터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을 햇습니다

성당의 성물을 구입을 하는데 어떤것은 색깔이 어떻고 가격이 어떻네 까탈을 부리는 것부터

예산을 누구는 많이 주네 누구는 적게주네 하는 소리까지..

성당을 짓고나면 사람들의 마음이 기도하는 소리로 가득찰줄 알앗는데

상황은 정반대로 갔습니다

마음은 갈라지고 불평은 더 심해져갓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차라리 성당을 다시 부셔버리고

천막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겟느냐고 말씀을 하는 분도 게실정도엿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신부들에게 들어보니 그런 현상이 어느본당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나은 축이라는 것이지요

어떤본당은 본당예산을 나눠먹기식으로 하자고 그동안 고생을 했으니 그돈으로 놀러다니자고

본당신부를 으름짱을 놓는 분들도 잇다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본당은 볼품이 없어야되

본당은 불편한 것이 오히려 낫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우리 상계동성당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불편함을 고행으로 알고 지내시는지

할머니들이 내신 힘겨운 헌금을 엉뜽한데 쓰고 잇는 것은 아닌지

아직은 잘모르겟군요

기대가 크며는 실망도 크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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