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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것들은 빗속에 서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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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후남 [ehn1120] 쪽지 캡슐

2006-05-15 ㅣ No.6657

지워진 것들은 빗속에 서 있고 시 : 남정 후박나무잎을 타고 내리는 비 굵은 빗방울이 지우개인양 허공을 지운다. 꽃과 그늘을 지우고 처마 끝에 닿아있는 먼 길을 지운다. 비가 오면 나는 나를 지우고 싶어진다. 내 이마를 지우고 빨간 립스틱을지우고 생각을 지우고 지우고... 그러나 지워진 것들은 언제나 빗속에 서 있다. 지상에 내려선 비는 잔디를 지우고 길을 지우고 떨어지는 제 몸을 받아 지운다. 지우기 위해 비는 내리고 지워지기 위해 생각은 내 안에서 웃자란다. 어느 날 빗속에 서 있 으면 지워진 네가 추억처럼 되살아나고 나는 나를 지우고 싶어 비에 젖는다. 지워진 것들은 언제나 빗속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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