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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할머니들의 신앙-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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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0 ㅣ No.8711

 

조금 빗나간 각도에서 드리는 말씀일지는 모르나, 상담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말씀드립니다.

 

한국 할머니들은 죄책감이 많습니다. 옛 시대의 남존여비 풍조에서 억눌려온 탓인지 남편에 대한, 시어머니나 사회풍조에 대한 표출할 수 없는 적개심을 자신도 인식할 수 없는 무의식 속에 감추고, 그 적개심에서 비롯된 죄의식으로 더욱 자신을 비하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신앙에 대한 태도에서도 “죄 사함 받은 기쁨”에 앞서 “우리는 모두 죄인”이라는 인식으로 기울어 죄의식을 더 키우는 쪽으로 흐르는 경향이 연세 많으신 분들에게서 많이 보이고 있으니...

 

이런 분들 죄의식 덜어주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원론적으로는 죄의식 뒤에 숨어있는 남편이나 사회풍조에 대한 적개심을 밖으로 들어내 보이게 유도하여 본인이 적개심을 직시하게 하고, 그 적개심의 합당성을 인정해주어 적개심에서 오는 죄의식을 없애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여러 사정으로 이런 치료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불가능 한 것 같았습니다.

 

고해성사에서, 무던히도 참고 살아온 할머니에게 "더욱 참고 살며 열심히 기도 하세요"라는 말 대신에 "그만하면 너무 잘 참아 왔으니 이제는 이혼해버려라"는 말씀을 듣고 속이 후련해지며 생활하기가 쉬워졌다는 할머니를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혼 한 것은 아니구요)

 

저는 죄의식으로 고생하는 할머니들에게 "지나간 시간은 이미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앞으로의 자신을 꾸며 나갈 궁리를 하자"고 권하고 밀어붙입니다. 연못이 메말라서 쓰레기가 보일 때 그것들을 일일이 주워내는 일보다는 다시 물을 채워주는 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을 생각해서지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옛 것은 묻어버리고 내일의 즐거운 계획을 짜고 실행하도록 권하고 밀고 갑니다. 노래교실이나 댄스교실, 간단한 봉사활동이나 소일거리라도 본인에게 새로운 자신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데에 시간을 늘려가도록 권합니다. 아직도 압박을 주는 완고한 남편이나 식구들이 있으면 대항해서 싸우는 방법까지 의논합니다.(ㅎㅎ)

 

그러나 주어진 여건(경제, 틀어진 가족관계 등)상 마땅치 않을 때도 많습니다. 본인이 “자신의 버릇인데 못 고친다”고 포기하는 일도 허다합니다. 그럴 땐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죽는 순간까지 변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지요. “실제로나 드라마에서도 죽는 순간 회심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 하면서요...

 

저도 짧게 줄이지 못하고 장문으로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그래서 그만,  감히 제 생각을 말씀드려 봅니다.

 

1. 기도 방향을 자신을 인정하는 쪽으로, 미래 지향적으로 슬그머니 인도 하면 어떨까요.

즉, “나는 이러이러한 과정(상대의 잘못이든 자신의 잘못이든)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견디어 온 하느님의 자랑스러운 자녀임을 감사 한다”라든지, “이번 주에는 하느님 보시기에 어떤 멋진 일을 할 생각이니 도와주십시오.” 같은 것이라든지...

 

2. 집에 모여 앉아서 하는 것 보다 가능하다면 좋은 날 야외에서 하느님의 창조물들인 자연을 접하며 그 감상들을 서로 나누어 보거나(예 ; 한 그루의 나무를 같이 관찰하게 하고 그 느낌을 서로 나누는 등), 아니면 담담히 걷거나, (한 사람이라도 시범을 보일 수 있다면) 가벼운 춤이나 노래 등,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시면 .....

 

비현실적인 말씀만 드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많이 애쓰시고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얼마 안 되는 신앙생활을 한 사람이지만 혹시 참고나 위로라도 되었으면 하고 짧은(?) 글 올리니 해량하시길 바랍니다.

 

                                                                                                                               송다미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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