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RE:3169]서글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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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dlsptm] 쪽지 캡슐

2000-08-21 ㅣ No.3170

음~ 크레센시아가 이정하 시인의 이번 시집을 선물한 모양이군.

지금 자려다가 한 번 더 들어와 봤는데 네가 쓴 글이 있어서 읽었다.

이 사람이 쓴 시는 ... 뭐랄까 어쩜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 싶을 때가 참 많다.

정말 아주 많이 사랑하고, 아주 아주 많이 아파해 본 후에만이 쓸 수 있는 그런 시라 좋아한다. 겉멋으로 쓴 시가 아니라서...

네 말대로 모든 시들이 와 닿기에..

이번 시집은 안 샀고-서점에서 서서 다 봐 버렸다. 예전만큼 와 닿지는 않더군.-예전에 샀던 이정하씨 시집중에 이런 글이 있지.

 

 

  당신에

        휩싸이면 서러웠던 나는

 

내 안에 너무 깊숙이 들어 있어 나조차도 꺼내기 힘든 사람,

당신에 휩싸이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 가지 않을 수도 없는

길 한복판에서 나는 무얼 잡으려고 이리도 허우적거리는가.

 

 

내가 참 좋아했던 (유일하게 책 표지까지 싸서 한동안 들고 다닐만큼) 이 사람의 시집 중에 있는 글이다. 그 땐 참 이걸 읽으면서 왜 그리도 서글펐는지... 너무나 와 닿았기에...

하지만 지금 네 글에 생각나서 오랜 만에 꺼내 읽어보니 예전의 그런 서글픔은 안 생기는군.

정말 이 시에서와 같은 그런, 그랬던 사람이 있다면, 잊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름다운 모습으로 더 깊숙이 새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훗날 문득 생각이 났을때 가슴 한 켠 아련히 아파올 수도 있겠지만, 손에 찔린 가시처럼 어느 날인가는 아무 아픔도 안 느껴지는 날이 올거야. (하긴 이게 더 서글플 것 같군.)

어쨌든 네 말대로 사랑했던 누군가를 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야겠지.

훗날 생각하면 배시시 웃음이 나올 수 있는 ...약간의 아쉬움과 서글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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