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펀글]아름다운 이야기...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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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엽 [skyjong] 쪽지 캡슐

2000-08-04 ㅣ No.1178

다음날 부터 놀이터로 향하는 내 손엔 두개의 아이스크림이 항상 들려져 있었다.

그 아인 항상 벤취에 앉아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다먹고 나선 내무릎에 누워 잠을 자기도 했고

어슬픈 내 옛날얘기에도 그아인 즐거워해줬다.

5월 5일 어린이날. 놀이터엔 애들이 하나도 없을꺼란 생각에...

그리고 그 아이 도 당연히 없을 거란 생각에 아이스 크림은 당연히 하나만 사들고 놀이터로 갔다.

그런데 내 여자친구 은미가 혼자 벤취에 앉아 있는것이 아닌가.

 

백수 : 오늘 어린이날인데...?

 

아이 : 엄마 아빠가 바쁘셔...

 

백수 : 그렇구나...

 

아이 : 오늘은 한개네?

 

백수 : 아..응. 니꺼야. 난 오늘 배가 불러서...

 

아이 : 같이 먹어 그럼...

 

백수 : 그러자! (활짝)

 

아이는 내손을 잡고 연신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같이 있어주는것만으로도 내 애인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사실이

나로써도 기쁜일이었다.

 

백수 : 우리 대공원갈까?

 

아이 : 정말?

 

아이를 기다리라고 해놓고 쏜살같이 은행으로 튀어갔다.

10만원을 인출했다. 잔액 1630원....까마득했다.

시골에 계시는 공포의 마더 얼굴이 떠올랐다.

"네 이 우라질 녀석! 서울가서 대통령이 되어 오겠다고 소팔아서 올라가더니

다섯살짜리 지집에게 홀려 애미 피땀흘려 보낸돈까지 다 말아먹는거냐!"

"마마...그게 아니예요..그게...그게..."

 

난 심하게 머리를 휘젓고 있었다.

은행 안 경비원이 가스총을 찬채 바닥에 떨어지는 내비듬들을 쓸고 있었다.

 

휘젓던 머리를 추스리고 은행을 빠져나왔다.

애인 은미를 목마태우고 대공원으로 향했다.

놀이기구를 타며 행복한 웃음을 활짝지어보이는 내 애인 은미를 보며 사뭇 흐뭇했다.

 

’아...오늘은 체력의 한계다. 더이상 걷지도 못하겠어’

 

놀이터 벤취까지 은미를 업어와서는 턱 주저 앉았다.

은미가 내 곁에 다가오더니 내 볼에 살며시 입맞춤하는것이 아닌가.

볼을 어루만지며 멍하니 은미를 바라보고 있자니 은미도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아저씨 오늘 재미있었어. 내일봐" 라며 손을 흔들며 사라진다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볼에서 손을 뗄수가 없었다.

인생의 행복이란걸 느꼈다.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어머니 : 다음달까지 직장 못구하면 당장 시골로 잡아들일테다.

백수 : 어머니 제발 자식의 꿈을 그런식으로.....

어머니 : 꿈이고 나발이고 사발이고 니 통장 오늘 조회해봤더니 1630원

남았더구나. 알아서해라. 이번주엔 돈도 안부칠테니까..!

백수 : 어머니...

 

니..니..니...

난 수화기에다 대고 침을 튀겨가며 절규했지만 이미 NO CARRIOR 된 상태였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잘 쓰면 한달도 버틸수 있는 거금 10만원. 어제 하루사이에 다 썼으니....

 

이것 참 살길이 막막하다.

게다가 애인 은미는 바라는것이 점점 더 많아진다.

저 멀리편에서 한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는걸 보구선..

 

아이 : 아저씨. 아쩌신 애인 은미한테 꽃 안사줘?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더 고급을 원하기 시작했다.

구구콘도 아닌.....

 

아이 : 아저씨 우리 이제 구구크러스트...응? 구구크러스트...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걸까...한낮 어린아이한테 정신이 팔려서 내인생의 몇페이지를 말아먹고 있는건 아닐까....

구들장에 머리를 쳐박고 하루종일 고민해봤다.

다음날 난 놀이터로 향했다. 손엔 아무것도 들리우지 않은채로.

 

아이 : 아저씨 안녕.

 

백수 : 그래 안녕

 

아이 : 어? 아이스크림은?

 

백수 : 이제 안사.

 

아이 : 왜?

 

애인 은미는 잔뜩 긴장한 눈치였다.

애써 냉정한 표정을 흐리지 않은채로 입을 열었다.

 

백수 : 우리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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