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破釜沈舟(파부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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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홍 [clemenskim] 쪽지 캡슐

2010-06-24 ㅣ No.7162

솥을 깨뜨리고 배를 침몰시키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스포츠 분야에 있어 많은 극적인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2002년 월드컵 4강에 든 ‘서울-도쿄 월드컵 경기’를 선택함에 주저함이 없다. 벌써 7년이 지나버린 과거사가 되어버렸지만 어쩌다 TV에서 가끔씩 그 때 모습이 비추어질 때면 당시의 전율과 희열이 아직도 생생히 살아온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려 보기도 한다.

“그 때 어떻게 저렇게 잘 할 수 있었지?…”


우연한 기회에 어떤 높은 자리에 계신 한 어르신과 대화를 하며 2002년 월드컵 이야기를 하게 된 일이 있었다. 그 어른 역시 그 때의 기분을 잊지 못한 듯 약간은 흥분하여 언성을 높이며 외쳤다.

“이봐! 이봐! 홍 신부! 앞으로 말이야. 우리가 죽을 때까지 그런 경기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거야. 암 볼 수 없고말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즘 축구경기를 보게되면 한심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과거의 현란한 경기가 가슴 속에 너무 깊게 각인되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숨이 절로 나오곤 한다. 길병원 내과과장으로 계시는 김 선생님의 말도 머릿속에 맴돈다.

“신부님! 전 요즘 국가대표 축구경기 안봅니다. 무슨 축구를 그렇게 하는지…, 저는 맨체스터 팀을 비롯하여 유럽축구는 재미있게 봅니다. 선수들 보세요. 얼마나 박진감 있고 기막힌 경기를 합니까?…”


지금도 ‘월드컵 4강’ 때의 우리 선수들 모습을 뉴스나 스포츠 프로그램을 통해 이따금씩 다시 접하게 될 때 요즘의 선수와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을까?

2002년 월드컵 선수들의 경우, 그동안 축구를 위해 단련해온 최상의 몸매, 구릿빛으로 거슬린 얼굴에서 불타오르는 자신감과 승부욕, 그리고 모든 것을 꿰뚫을 것 같은 투지와 용맹이 넘치는 눈빛 등…. 그야말로 100%의 완벽한 최상의 상태에서 최고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었음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었다. 지금도 그 때의 경기를 보노라면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었던 그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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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秦)나라 말엽 혼란한 시기에 있어 전쟁의 영웅들을 다루는 감동적인 일화들이 여러 가지 소개되고 있는데, 그런것들 가운데 항우와 관련되어 전해지는 것들 중 ‘파부침주’(破釜沈舟)란 용어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 사자성어는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결사항전’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말의 유래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자.


 

 

 

 

 

깨드릴

잠길

 

해석 : 솥을 깨어 부수고 배를 물속에 모두 가라앉히다.


시대적 배경을 살펴본다면 당시 진나라의 장군이었던 장한이 ‘조왕’이라는 나라를 침범하면서 항량을 베어죽이고 오늘날의 하북성 평향현(平鄕縣) 지방인 거록땅을 공격하게 되었다.

초나라의 장군이었던 영포가 이를 막아보려 하였으나 패하여 죽음을 맞게 되었고, 이에 위급함을 느낀 조왕의 장수 진여가 항우1)에게 구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 청을 수락한 항우는 직접 출전함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다.

병사들이 장하(璋河)를 건넜을 때 항우는 갑자기 뜻밖의 명령을 내렸다. 곧 병사들에게 3일분의 양식을 지급하게 한 다음 모든 솥을 깨부수게 하였다. 또 타고 온 배를 모두 파괴하여 부숴 물속에 침몰시키게 하였다. 이것은 병사들이 되돌아갈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3일분의 양식’이란 3일후부터는 전혀 먹을 것이 없음을 의미한다. 오로지 남은 것은 싸워서 승리를 쟁취하든가, 아니면 패하여 모두가 죽는 것 둘 중에 하나만이 있을 뿐이었다.

항우의 병사들은 엄청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죽기 아니면 살기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 배짱과 용맹함으로 무섭게 돌진하여 사력을 다해 싸웠다. 그 결과, 적의 주력부대를 패퇴시킴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것을 계기로 하여 항우는 중원의 최고의 명장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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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결사항전’의 정신일 것이다.

이런 ‘파부침주’의 교훈을 우리 일상의 삶 속에서 실현시킬 수만 있다면 이루지 못할 꿈이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2년 히딩크와 함께한 월드컵 4강의 신화는 바로 ‘파부침주’의 예를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예가 아닐 수 없다.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실천은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밑거름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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