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상담신앙상담 게시판은 비공개 게시판으로 닉네임을 사용실 수 있습니다. 답변 글 역시 닉네임으로 표기되며 댓글의 경우는 실명이 표기됩니다.

q Re:성모상 공경에 관하여

인쇄

비공개 [96.51.85.*]

2010-01-25 ㅣ No.8670

안녕하세요!
제가 겪은 것과 유사한 고민을 접하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제 경험을 나누고자 들렀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개신교회를 다니다가 대학생 때 천주교인이 되었습니다. 천주교 안에서 하느님 체험도 하고, 많은 영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성모상이었어요. 성모님이 훌륭하시고 공경받으실 만한 분이라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고, 심지어 성모님으로부터 기도를 통해 큰 은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성모상에다가 절하거나 인사하거나 촛불을 켜는 행위는 오랜 기간 웬지 불편했답니다. 게다가 저는 미술을 전공하여, 조잡한 모조성상들이 분심을 초래하고 기도를 방해하기 일쑤였습니다.  예컨대, 저 성모상은 바로크 양식이야, 혹은 고딕 양식이야, 옷 속의 다리 길이가 짝짝이네, 해부학적으로 목이 비틀어졌군...  등등.   특히 참을 수 없는 것은 만화처럼, 인형처럼 그린 얼굴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모시고 있는 성모상은 약간 추상적인 형태, 즉 얼굴의 자세한 묘사 없이 전체적인 실루엣만 있는 성모상이랍니다.  그러면서도, 성모신심이 깊으신 형제자매님들에게 그런 내색을 하는 것이 미안해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삭이고 지냈지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형제님께서 마음이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굳이 남들처럼 성모상 앞에서 절하거나 기도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제가 그런 확신이 든 것은 파티마의 성모님을 직접 뵌 루시아 수녀님이 파티마 성모상을 보고 외면하면서 성모님의 아름다움에 비해 너무 추하다고 하셨고 결코 다시 보려 하지 않았다는 것, 메주고리예의 증인 중 한 명(이름은 기억 안 남)이 기적적으로 찍힌 성모님 사진을 보고 심드렁하니 '조금 닮은 것도 같네요'라고 하면서 아무 관심도 주지 않았다는 것 등을 종합해 볼 때, 인간의 작품인 성상이나 성화가 천상의 아름다움이나 신비를 거의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성상 공경을 허락한 것은 그 성상들을 통해 도움을 받는 사람들, 묵상과 기도를 더 잘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가톨릭에 들어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모상에 대해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을 보았어요.  성모상을 보면서  실제 성모님의 모습을 상상하고 옆에 계신 듯 느끼면서 더 생생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성모상을 공경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이지 의무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상들을 통해 도움을 받는 대부분의 형제자매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사랑'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단체로 행하는 예에서는 함께 따라주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현재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신기하게도 성상들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사라져서 촛불 켜고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고, 조잡한 성상이건 성화건 모두 거룩하게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거의 30년 만에 이루어진 변화예요.  최근 다락방 기도 모임을 통해 성모신심을 꾸준히 신장시킨 결과, 성모님께서 주신 선물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형제님도 꾸준히 성모님과 친하게 지내시면서 느긋하게 기다려 보세요.  당장 내키지 않는 행위를 억지로 하시지는 말구요.  성모님께서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


268 2댓글보기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