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가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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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 [marta71] 쪽지 캡슐

1999-12-26 ㅣ No.725

어머니의 손가락

 

내가 결혼 전 간호사로 일할 때의 일이다.

아침에 출근해 보니 아직 진료가 시작되기에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25살 남짓 되보이는 젊은 아가씨와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주머니가 두 손을 꼭 마주잡고 병원문 앞에 서 있었다. 아마도 모녀인 듯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아주머니, 아직 진료 시작되려면 좀 있어야 하는데요. 선생님도 아직 안 오셨구요."

내 말에 두 모녀가 기다리겠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업무 시작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두 모녀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작은 소리로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고 엄마가 딸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긴장된, 그러나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위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원장 선생님이 오시고 모녀는 진료실로 안내됐다. 진료실로 들어온 아주머니는 원장 선생님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얘... 얘가 제 딸아이에요.. 예..옛날에.. 그러니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외가에 놀러갔다가 농기구에 다쳐서 왼손 손가락을 모두 잘렸어요. 다행히 네손가락은 접합수술에 성공했지만. 근데.. 네... 네번째 손가락만은 그러질 못했네요. 다음달에 우리 딸이 시집을 가게 됐어요. 사위될 녀석... 그래도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디 그런가요.. 이 못난 에미.... 보잘것 없고 어린 마음에 상처 많이 줬지만.. 그래도 결혼반지 끼울 손가락 주고 싶은 게... 이 못난 에미 바람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늙고 못생긴 손이지만 제 손가락으로 접합수술이 가능한지.."

그 순간 딸도 나도 그리고 원장 선생님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원장 선생님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한 채

"그럼요. 가능합니다. 예쁘게 수술할 수 있습니다."라고 헸고, 그 말을 들은 두 모녀와 나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 바이 코리아99년 12월 에서 퍼온글-

 

 

유난히 못생긴 엄마의 손

나는 엄마 손 닮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말을 수없이 한다.

엄마의 그 못생긴 손.

못생긴 그 손. 열손가락으로 커온 나

힘든 시절 조용히 앉아 우리를 위해 두 손모아 기도하시던 엄마

시집가면 다 하는 고생이라며 한사코 내 손에 물닿지 않게 하시려던 엄마

어느새 난 엄마의 못생긴 손을 닮고 싶어집니다.

내 자녀에게도 엄마가 해주신 내리사랑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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