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일반 게시판

우째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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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자 [pink45] 쪽지 캡슐

2004-01-16 ㅣ No.14

 

어느날 회식자리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느 젊은 신부님이 강론후에 보너스로 들려주신 경험담이랍니다.

신부님이 하루는 전철을 탔는데 옆에 한 아가씨가 와서 앉더니

두꺼운 책을 척하니 펼치고 읽기 시작하더랍니다. 슬쩍 넘겨다보니

심각한 내용의 책이어서 아마 이해하기 좀 힘들걸? 생각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가씨는 곧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죠. 이 아가씨 어찌나 곤히

자는지 신부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정신없는데, 젊은 신부님 차마

아가씨를 밀어낼 수 없어 괴로운데, 팔은 저려오고 어깨도 저리고 또 어쩌

자고 가슴은 콩닥콩닥 뛰더랍니다. 한동안 고민하던 신부님 이내 생각하기

를 그래! 내 사제로서 피곤한 한 여인을 위해 내 힘든것쯤 이겨내자 하며

몇 번이나 콧등에 침을 발라가며 저려오는 팔과 어깨의 통증을 참아냈습니다.

 

드디어 신부님 내릴때가 되어 살며시 일어서며 바로 앞에 서 있는 아줌마가

그 자리에 바톤터치 하려니 하며 문쪽으로 가는데 아줌마가 아가씨를 막

흔들어 깨웁니다. 이봐 색씨 어서 일어나, 애인 가잖아?

너무 당황한 신부님은 눈이 똥그래져 그 자리에 못박혀 버렸습니다.

우째 이런 일이 있노? 어떻게 이렇게 한가지를 보면서도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도 다를 수가 있노? 그렇게 신부님은 개탄하면서.....    그 날

신부님의 이야기에 신자들은 본당이 뒤집어지게 웃었답니다. 그 신부님은

그렇게 갈등하고 고민하며 마음속으로 복잡했는데 그 아줌마는 보통사람의

세속적 잣대로 대뜸 한방의 직격탄을 날려 버렸다고나 할까요?

이 세상엔 그런 경우가 많을것 같아요.

전혀 그것이 아닌데 그것으로 자리매김 되는 경우가 어디 한 두개이겠습니까?

사실 그 전철안의 아줌마가 무슨 잘못이겠습니까? 어깨를 기대고 자는 아가씨

와 신부님이 한쌍의 다정한 커플로 보인 것이 그 아줌마 잘못은 분명 아니죠.

신랑이라고 말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

 

신부님의 이야기를 전하는 분이 어찌나 실감나게 재현하던지 우리 회식자리도

그만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깔깔거리며 모두 배를 잡고 웃었지요.

그러면서도 나는 어째 좀 픽션의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지만 신부님이 자신의

경험담이라고 하셨다면 믿을 수 밖에요. 신부님이 그렇다면 그런겁니다.

또 좀 픽션이면 어떻고 실제 경험이면 어떤가?

 그건 별로 중요한게 아니고 그 이야기속에 담겨진 어떤 메시지가

사실은 중요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곰곰히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부님 이야기속의 주요 핵심적인 메시지가 무엇일까?

그리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지요.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제각각이어서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이해가

필요하다는 걸, 그래서  생각의 차이 시각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우리에겐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고 요구되는 것이라고.

아마 그래서 그 신부님은 남을 사랑하는 마음과 배려하고 이해하는 덕목을

신앙안에서 배우고 실천하기를 바라며 그 이야기를 들려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분명 그런 깊은 뜻이 있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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