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엇갈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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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observer] 쪽지 캡슐

2000-04-02 ㅣ No.1534

 

- 남자 -

 

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아침에 그녀는 꼭 커피를 마신다.

 

밀크가 아닌 블랙으로 두잔.

 

그녀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목욕을 한다.

 

그녀는 말하기 전에 항상 "응"이라고 한다.

 

지금 내 뒷자리에 앉아 잠시 창밖을 내다 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난 알고 있다.

 

그녀는 하기 싫은 일을 부탁받을때는 그냥 웃는다.

 

그리고 내색을 안 하는 그녀지만

 

기분이 좋으면 팔을 툭툭 건드리며 이야기를 건넨다.

 

그녀의 집은 10시가 되기전에 모두 잠이 든다.

 

그래서 그녀와 밤 늦게 통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바지보다는 치마를 좋아하며 연분홍을 좋아한다.

 

긴머리는 아니지만 적당히 항상 머리를 기르고 다니며

 

수요일 까지는 밤색 머리띠를 일요일 까지는 흰색 머리띠를 하고 다닌다.

 

표준어를 잘 쓰지만 이름을 부를때 만은 사투리 억양이 섞인다.

 

그리고 반가운 사람은 그렇게 부른다는 것을 난 알고 있다.

 

도서관 저쪽 편에서 그녀가 지금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을 난 알고 있다.

 

그리고 난....그리고 난....

 

그녀가 날 사랑하지 않는것도 알고 있다.

 

 

 

- 여자 -

 

그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그는 아침에 내가 뽑는 커피 한잔이 그의 것임을 모른다.

 

내가 그와 수업을 같이 하는날 목욕을 한다는걸 모른다.

 

그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걸 좋아하지만

 

내가 항상 그말을 그를 위해 해준다는 것을 모른다.

 

그는 어려운 일을 말 없이 해주는것을 좋아하지만

 

나의 침묵이 긍정이라는것을 모른다.

 

내가 기분이 좋을때 그와 손 잡고

 

얼마나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지 그는 모른다.

 

늦은 밤에도 그의 전화를 기다리며 불끈방의 어둠안에서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그는 모른다.

 

그는 치마를 좋아하고 연분홍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치마보다 바지를 더 좋아한다는것을 그는 모른다.

 

몇년전 친구들과 돈을 모아 사준 밤색 머리띠를 기억못하며

 

그가 인상 깊었다는 여인의 머리핀이 흰색이었다고 말한것을 기억못한다.

 

내가 그의 이름에만 사투리 억양을 넣는다는것을 그는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 일기장에 그의 이름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리고...그리고...

 

그는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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