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자료실

2010.12.25 아름다운 쉼터(백 마디 말보다(‘좋은생각’ 중에서)

인쇄

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12-25 ㅣ No.580

백 마디 말보다(‘좋은생각’ 중에서)

일본의 고승 료칸 선사가 오흡암이라는 암자를 지어 놓고 수행할 때였다. 어느 날 동생 부부에게 편지가 왔다. 하나밖에 없는 조카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하니 설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튿날, 료칸은 동생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동생 집에 머문 사흘 동안 훈계나 설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동생 부부는 내심 야속했지만 그렇다고 닦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흘째 되던 날, 료칸은 바랑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젠 가 봐야겠네.” 동생은 깜짝 놀라 료칸을 붙잡았다. “형님, 이렇게 가시면 어떡합니까? 하루만 더 머물러 주세요.”

료칸은 말없이 신발을 신었다. 그러고는 배웅하기 위해 나온 조카에게 말했다.

“얘야, 나는 이제 돌아가야겠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만....”

료칸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조카를 바라보았다.

“미안하지만 내 짚신 끈 좀 묶어 다오.”

조카는 큰아버지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까맣게 그을리고 나무껍질처럼 야윈 발등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그때 목덜미로 큰아버지의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날 이후 조카는 지난날을 뉘우치고 새 삶을 살았다. 눈물 한 방울에 담긴 깊은 사랑이 백 마디 말보다 큰 울림을 준 것이다.




1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